어떤 할아버지… 이런 법원/“노인괄시”에 젊은직장동료 흉기찔러

◎“정상참작”　법정형이하　형　이례적선고　늙은이라고　괄시하던　젊은이를　흉기로　찔러　구속된　노인에게　이례적으로　법정형　이하의　형이　선고됐다.

　서울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이광렬부장판사)는　23일　『노인대접을　해주지　않는다』며　젊은　직장동료를　흉기로　찌른　혐의로　구속기소된　정한종(67)피고인에게　살인미수죄를　적용,　징역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씨가　젊은이들에게서　많은　괄시를　받아　왔고　살인행위도　미수에　그친만큼　정상을　참작한다』며　징역5년이상의　법정형보다　낮은　징역3년을　선고했다.

　정씨는　지난해　11월초　자신이　일하는　주유소　종업원　신모(24)씨가　평소　할아버지라고　부르면서　인사도　하지　않는다고　훈계하다　『늙으려면　곱게　늙을　것이지　웬　간섭이냐』며　멱살을　잡고　가슴을　떠밀자　흉기로　찔러　전치3주의　상처를　입힌　혐의로　구속됐다.

　명문대　재학중　6·25전쟁이　일어나　군에　입대,　대위로　제대한　정씨는　건설업을　하다　실패했고　부인과　사별한　뒤　외동딸마저　미국으로　이민　가자　번역　아파트경비원등으로　어렵게　생계를　꾸려가다　93년　주유소종업원이　됐다.　40여년이나　어린　20대　종업원　6명과　함께　9평남짓한　단칸방에서　생활하면서　그는　갖가지　수모를　겪어야　했다.　『몸에서　늙은이　냄새가　난다』　『잔소리가　많다』　『담배도　못피우게　하고　잠도　없다』는　말은　예사였고　심지어　반말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　수모끝에　그는　한　젊은이에게　분풀이를　했다가　구속까지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