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떨어지고 구매력 향상/해외송금·여행경비등 줄어/달러보유 손해… 수출 어렵고 고용시장 위축 『은행 환전창구는 달러가 손에 잡히는 즉시 원화로 바꾸어두려는 고객들로 붐빈다. 해외여행자가 늘어나고 호텔 쇼핑가 관광사등 국내외 어느곳에서도 원화가 대접받는다. 국내에는 값싼 외제품들이 판을 치고 남대문일대의 암달러상들은 사라진다…』
원고는 일반 국민들의 생활에도 큰 변화를 몰고 온다. 소득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는 한편 물가는 떨어지고 구매력은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이다.
원화절상은 우리돈의 가치가 상승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미 달러환율이 8백원에서 7백60원으로 내려 원화가 5% 절상됐다면 1달러어치 상품을 구입하는데 드는 돈이 8백원에서 7백60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1달러짜리 1백개를 구입하면 8만원에서 7만6천원으로 무려 4천원이 절감된다. 바꿔 말하면 종전에 8만원으로 1백개를 구입했다면 지금은 1백5개를 살 수 있다는 계산이다.
원고행진이 계속되면 달러를 가지고 있을수록 손해다. 하루라도 빨리 원화로 바꿔놓는게 이익이다. 원화환율(기준환율)이 22일 달러당 7백72·90원에서 23일 7백68·40원으로 떨어졌으니 1만달러를 갖고 있다면 하룻사이에 무려 4만5천원의 손해를 보게된 셈이다. 원고가 계속된다면 손실은 더 늘어나게 된다.
원화가 절상되면 외국에 나가있는 유학생자녀에게 송금할 때도 그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같은 1천달러를 송금할 때도 원화절상폭에 따라 수만원이 덜 들기 때문이다. 외국여행경비도 덜 든다. 원화가치가 5% 절상되면 달러당 여행경비로 3천달러를 바꾸어 나가야 할 경우 종전 환율기준으로 2천8백50달러를 바꿀 돈만 있으면 된다. 해외에 나가서도 달러가 떨어질 경우 원화로 물건을 사려면 어디서든 환영을 받게 된다.
원화가 절상되면 물가도 전반적으로 내린다. 통화가 절상된만큼 수입물가가 내리게 되고 이에따라 국내물가도 전반적으로 하락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10%의 원화절상이 3·68%의 도매물가 하락을 가져올 것으로 분석했다. 85년이후 3년여동안 미달러화에 대해 엄청난 환율하락을 겪은 일본 대만의 경우도 물가가 최고 25%까지 하락했었다.
원고로 가장 이익을 보는 사람은 수입상들이다. 남대문시장 백화점 슈퍼마켓등에 자리잡은 수입품 전문상가들이 가장 짭짤한 재미를 보게 된다. 원고바람이 일기 시작한 최근 며칠사이만 해도 한동안 문을 닫았던 남대문등의 수입상들이 다시 문을 열기 시작했다. 앞으로 원고행진이 계속되면 국산품은 수입품에 밀려날게 뻔하다.
반면 달러로 봉급을 받는 사람들은 그만큼 손해를 보게 된다. 외항선원 주한미군등은 원고속도에 역비례해서 실수령액이 줄어들게 된다.<남대희 기자>남대희>
◎“체질개선 급하다”절감/“엔고파고 넘어온 일 타산지석 생산비절감·기술축적등 원용”/상사들, 환리스크관리에 초점
원화의 미달러에 대한 환율이 예상보다 급격한 하락세를 보임에 따라 종합상사를 비롯한 수출업체들은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연초 사업계획을 세울때 올연말 환율을 달러당 7백50∼7백60원선으로 잡은 기업들은 최근의 원화절상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원고움직임과 관련, 상사들은 우선 「큰비는 피하고 보자」며 전략적 환리스크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선적서류의 네고일수를 단축하고 기한부 환어음수출을 조기에 원화로 바꾸고 해외신용판매의 축소 및 신용판매기간을 단축하고 있다. 또 해외 외상대금은 조기 회수하고 연불조건의 해외구매를 추진하며 수입대금결제는 되도록 미룬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수출은 원화로, 수입은 달러화로 결제하도록 유도하는 방법도 적극 검토중이다.
기업들은 최근의 원고가 단기적인 현상이 아니라 대세라는데 이같은 단기적 대책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 기업들은 저달러에 엔고 원고시대를 헤쳐나갈 구조적 체질개선의 불가피성을 절감하고 있다. 당장 국내기업의 체질개선방안은 엔고의 파고를 몇차례나 뛰어넘으며 살아남은 일본기업의 대응전략을 배우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일본기업은 72∼73년 77∼78년 85∼88년 그리고 92년부터 올해까지 모두 4차례의 엔고를 극복해왔다. 이 과정에서 일본은 산업구조를 변화시켰다. 통화가치의 변동이라는 외적인 시련을 통해 체질을 강화시킨 것이다.
일본은 우선 생산비절감과 제품의 고부가가치화에 의한 경쟁력강화에 역점을 두었다. 생산비절감은 공정의 자동화, 경영합리화, 해외로부터 값싼 부품조달등의 방법으로 이뤄냈고 기술을 끊임없이 축적해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였다. 또 전기·전자 및 기계류는 신흥개발도상국으로 생산거점을 옮겨 가격경쟁력을 유지했다. 우리 기업들은 일본 기업들의 엔고대응전략을 원고극복에 원용하겠다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의 이인형 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환위험관리는 제품의 경쟁력확보로 해결해야 한다』면서 『지금이야말로 우리기업들이 일본기업들의 엔고극복노력을 거울삼아 기술개발과 생산비절감 생산시설의 해외이전등 원고시대를 뛰어넘을 체질개선노력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이재렬 기자>이재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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