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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폭력상자 TV」 규제여론 빗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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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폭력상자 TV」 규제여론 빗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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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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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내용과 관계없는 살인·강도묘사등 만연/51개 케이블사 캠페인화면도 또다른 폭력물/정부개입 불가피론… 의회도 규제입법 추진 미국의 케이블 TV 방송사들은 지난 12일부터 일주일간 대대적인 반폭력 캠페인을 벌였다. 미국 전역의 51개 케이블 TV방송사가 자체결의해 시행한 이 캠페인은 다큐멘터리에서 토크 쇼에 이르기까지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사회에 만연한 폭력의 심각성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급작스럽다 싶었던 이 캠페인은 실은 TV의 폭력성에 대한 미국 사회의 비난여론이 그 직접 원인이었다. 미국 TV의 폭력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비등해지면서 정부개입 불가피론이 큰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방부 체신청 철도청등 3개 정부부처가 최근 과도한 폭력이 담긴 TV 프로그램에 광고를 내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한 것도 이같은 여론을 반영한 동시에 정부의 향후 방침을 시사해준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지난해 7천만달러의 광고비용을 써 연방정부 부처및 관련기관중에서 TV광고를 가장 많이 낸 이들 3개부처는 「스토리와 상관없거나 불필요한 폭력장면을 내보내는 경우와 사회적 가치를 재확인하지 않은 채 폭력적인 행위를 자주 묘사하는 경우」에는 폭력이 과도한 프로그램으로 간주하겠다고 밝혔다. TV폭력성에 대한 정부의 잣대를 일부 선보인 것이다.

 의회는 의회대로 TV 폭력규제 입법을 강력 추진하고 있다. 당사자인 방송사들로선 어떤 식으로든 대책 마련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입장에 처하게 됐다. 이번 캠페인은 결국 TV 폭력에 대한 비난여론을 비껴 가는 동시에 정부의 개입 없이도 내부적으로 폭력성을 규제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방송사들의 머리짜내기였던 셈이다.

 그럼에도 이번 캠페인은 빈축의 대상이 됐다. 「미디어와 공공문제 연구소(Center For Media And Public Affairs)」로버트 리히터소장은 『문제점을 부인만 해오던 방송사들이 책임을 인정하고 행동에 나섰다는 점은 평가받을만 하나 정작 미디어의 폭력성에 대해선 일언반구 없이 사회일반의 범죄를 다루는 데 그친데다 캠페인을 통해 잔인한 장면들을 여과없이 내보냄으로써 또 다른 폭력성을 노출했다』고 지적했다.

 폭력은 미국의 TV 프로그램에서 가장 빈번히 등장하는 주제다. 미국 어린이들은 국민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평균 10만건의 폭력장면을 시청하는 것으로 집계돼 있다. 청소년 범죄가 날이 갈수록 늘고 있는 것도 TV등 미디어의 폭력장면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지적은 그래서 더욱 공감을 얻는다.

 미시간대학 레오나드 D 에런교수(심리학)의 「TV 폭력과 실제 폭력의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결과는 충격적이다. 에런교수는 1960년 어린이의 폭력성에 관한 연구를 시작하면서 아이들이 부모에게 어떤 취급을 받느냐에 역점을 두었다. 그러나 인터뷰대상 부모를 안심시키기 위해 아이들이 얼마나 텔리비전을 많이 보느냐는 질문을 끼워 넣었다.

 10년후 10대후반이 된 연구대상 아이들을 인터뷰했을 때 결과는 전혀 엉뚱하게 나왔다. 개개인의 폭력성은 부모와는 별다른 연관성이 없었던 반면 TV 폭력물을 얼마나 많이 봤느냐와 밀접한 관련을 보였다. 에런 교수는 연구대상 아이들이 30살이 됐을 때 다시 인터뷰했다. 그 결과 시청한 프로그램의 폭력성이 그들이 저지른 범죄의 강도, 배우자 및 자녀에게 휘두른 폭력의 정도와 긴밀한 상관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에런 교수는『폭력적인 TV프로그램의 시청과 실제 범죄와의 상관관계를 수량화하기는 극히 어려운게 사실이나 이 주제에 관해 연구한 학자의 압도적 다수가 명백한 관계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한다.

 미의회는 지난 90년에도 TV폭력 규제와 관련한 법안을 통과시킨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 법안은 ABC·CBS·NBC등 3개 네트워크가 공동으로 폭력성을 자체규제토록 하는 데 그쳐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네트워크와 케이블 TV는 지난 93년부터 양자 합의하에 각 가정에서 자녀의 TV 시청을 제한할 수 있도록 폭력성및 선정성과 관련한 경고문을 내보내고 있다. 그러나 실제 효과는 거의 없다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다.

 TV 폭력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선 미연방통신위원회(FCC)같은 정부기구가 강제 규제를 해야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일부에선 TV에 「V­칩」설치를 의무화, 폭력코드가 매겨진 프로그램이나 채널이 자동 차단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대학 조지 거버너교수(커뮤니케이션)는 『청소년들로 하여금 현실의 폭력에 대해 그릇된 태도를 가지게 하는등 폭력개념을 오도하는 것이 TV폭력의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TV폭력에 대한 미국사회의 우려는 이제 막 케이블 TV시대에 접어든 한국에도 타산지석이 되고 있다.<뉴욕=홍희곤 특파원>

◎TV 폭력장면 모니터결/10개채널 18시간동안 무려 2,600건/만화·영화순 많고 모든시간대 분포

 폭력은 미국의 거의 모든 TV 프로그램에 만연해 있다. 전국을 커버하는 네트워크 채널이건 특정지역에 한정된 케이블 채널이건, 꾸며낸 이야기건 실제 일어난 일이건, 아동용이건 성인용이건, 본 프로그램이건 맛뵈기 예고편이건 폭력으로 얼룩져 있다.

 비영리 단체인「미디어와 공공문제 연구소」가 92년과 94년 두차례 비교 실시한 「TV 폭력 모니터」 결과는 미국의 TV가 어느정도 폭력에 오염돼 있나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연구소는 92년과 94년 4월 첫째주 상오6시부터 밤12시까지 10개 채널을 모니터했다.

 목요일을 택한 것은 이 날이 일주일중 프로그램이 가장 다양하게 구성돼 있고 시청률도 가장 높기 때문이었다. 목요일은 또 각 채널이 가장 인기있는 연속극을 내보내는 날이다.

 조사결과 2년사이에 TV의 폭력성이 크게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폭력장면은 1천8백46개에서 2천6백5개로 41% 증가했다. 채널당 매시간 평균 폭력장면은 10개에서 15개로 늘어났다. 그중에서도 치명적 무기가 등장하는 폭력장면이 전체 폭력장면의 절반 가까운 1천2백51개나 됐다. 92년의 7백51개에 비해선 67%가 늘어났다. 또 총기류가 사용된 장면만 해도 5백62건으로 전체 폭력장면의 22%를 차지했다.

 폭력은 특정 프로그램이나 특정 시간대에만 집중돼 있지 않다. 영화·시리즈물·광고·뉴스·뮤직 비디오·코미디·토크 쇼·게임 쇼 가릴 것 없이 폭력장면이 상시적이다 . 프로그램 유형별로는 만화가 가장 폭력장면이 많았다. 5백99개 장면으로, 두번째로 폭력장면이 많은 극장용 영화(3백89개)를 압도했다.

◎뉴욕 시립대 사법범죄 칼리지 찰스 반 교수/“TV 폭력장면 모방범죄등 불러/정부 적극 규제를”(인터뷰)

 뉴욕 시립대(CUNY) 산하 존 제이 사법범죄 칼리지의 찰스 반교수는 『TV폭력과 실제 범죄간에는 분명하고도 중요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TV폭력은 모방범죄와 폭력무감각증을 낳는다는 점에서 큰 사회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모방범죄와 폭력무감각증이 특히 문제가 되는 이유는.

 『모방범죄는 타인을 상대로 한 범죄뿐 아니라 자살과 마약사용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폭력무감각증은 폭력행위를 계속 보게되면 실제 폭력에 대한 감정반응이 둔화되고, 폭력행위가 나타나는 한계선도 낮아지게 되는 것을 말한다. 말하자면 작은 충동에도 폭력을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무감각화 현상은 또 TV로서도 폭력강도를 점점 높여야만 시청자들에게 자극을 줄 수 있게되는 악순환을 낳는다』

 ­의회에서 폭력규제에 관한 입법을 추진중인데.

 『TV 폭력에 대한 국회청문회와 입법 노력이 계속되고 있으나 전망은 밝지 못하다. 청문회는 과학적인 증거부족등으로 이렇다할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으며, 입법노력 역시 정치적인 난점이 있다. 미국이란 나라가 워낙 규제를 싫어 하는데다 표현과 선택의 자유를 중요한 권리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TV폭력을 제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정부규제다. 방송국의 자체규정은 정부의 간여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수단일 뿐인 경우가 많다. TV폭력과 관련해서 선택의 자유란 기준이나 가치관이 없다는 말에 다름아니다. 프로그램별로 폭력의 비율을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이다. 여기에는 뉴스도 포함돼야 한다. 실질성이 강할수록 미치는 영향도 커지기 때문이다』<뉴욕=홍희곤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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