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70세의 거장 유현목감독 15년만에 만난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70세의 거장 유현목감독 15년만에 만난다

입력
1995.03.22 00:00
0 0

◎섬소년과 홀어머니의 삶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내/영화 「말미잘」 내달 1일 개봉/안성기·장동휘·한석규·채시라 등/주연급들이 조연·단역 대거등장 한국 영화계의 원로 유현목감독(70)이 15년만에 메가폰을 잡은 영화 「말미잘」이 완성돼 4월1일 관객과 만난다. 「말미잘」은 어머니와 단둘이 섬에 사는 수영이라는 소년이 주변 사람과 자연 속에서 자아에 눈떠 가는 과정을 그리는 성장영화이다. 데뷔작인 「교차로」(55년)나 대표작인 「오발탄」(61년)등에서 볼 수 있듯 청년기의 유현목은 주로 사회적인 주제에 천착해 왔다.

 6·25이후의 시대적인 불안이나 그 속에서 황폐해져 가는 인간 심리등을 자로 잰듯 빈틈없는 구도로 영상에 옮겨 「60년대의 영상파」라는 이름을 얻었다.

 「말미잘」은 「사람의 아들」(80년)이후 그가 15년만에 발표하는 영화.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이전의 그의 작품에서 보이던 치열한 문제의식 보다는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전면에 드러나 고희를 맞은 노감독의 여유를 엿보게 한다. 또 유감독이 그간 영화 속에서 보여온 대상과의 긴장관계를 풀고 삶을 관조하는 입장으로 변화한 모습이 세월의 두께를 느끼게 한다.

 「말미잘」은 93년 영화진흥공사 시나리오 공모 당선작인 권재우의 「엄마와 별과 말미잘」을 각색한 것. 영화의 제목이자 소재로 등장하는 말미잘은 외견상 성적인 연상을 불러 일으킨다. 영화에서는 수영이 여자친구 짱아에게 갖는 성적인 호기심의 상징물로, 또 독신인 엄마의 성적인 욕망과 어머니를 사랑하는 주변 남자들의 갈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고비마다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해녀인 엄마(나영희)와 함께 평화롭기만 했던 수영(천영덕)의 세계는 객지에서 온 독고(이영하)라는 남자가 등장하면서 틈이 생기기 시작한다. 엄마가 독고를 사랑하게 됐기 때문이다. 엄마를 짝사랑해온 최선장(안성기)도 여간 실망이 아니다. 수영은 독고를 수상한 사람으로 파출소에 신고한다. 그는 간첩은 아니었지만 운동권의 수배자였다. 그가 잡혀간 후 수영은 엄마의 사랑과 평화를 되찾는 듯 했다.

 그러나 그가 방학동안 육지의 친척집에 다녀온 사이 엄마는 독고를 따라가고 없었다. 이 작품은 수영이 일련의 일들을 받아 들이면서 삶의 이치에 눈떠 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간다.

 특히 이 작품에는 톱스타 안성기를 비롯해 이영하 나영희 장동휘 김희라 한석규 채시라 최민식 강석우등 주역급 배우들이 주·조연과 단역으로 대거 등장한다. 유현목이 우리 영화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한눈에 읽게 하는 대목이다.<김경희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