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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가치관 바로잡아야 한다/충격… 교수가 부친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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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가치관 바로잡아야 한다/충격… 교수가 부친살해

입력
1995.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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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무너진 인륜… 치유방법은/대물림보다 땀의보람 느끼게/사회환원 평소실천 갈등방지 「대학교수 시부」의 동기도 결국은 돈이었다. 평생을 쌓아온 지식이나 사회적 지위, 명예조차도 돈 앞에서는 무력하기 그지 없었다.

 지난해 박한상군 부모살해사건과 이번 덕원여고 김진형이사장 피살사건의 공통점은 그 돈이 바로 「부모의 돈」이었다는 것이다. 두 사건은 돈이 개입될 경우 부모·자식조차 한낱 이해당사자의 관계로 전락해 버리고 급기야 천륜마저 붕괴돼 버리고마는 참혹한 사회현실을 충격적으로 드러내 보여주었다.

 이들 일련의 사건을 계기로 사람들은 돈이 갖고있는 「악마성」에 새삼 전율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이들 사건의 직접동기가 정확히 말해 돈 자체라기보다는 이 사회에 만연돼 있는 「돈의 세습」관행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같은 관행때문에 자식들은 부모의 재산을 당연히 자신의 몫으로 요구하게 되고 요구가 충족되지 않을 경우 가족간의 갈등을 넘어 심지어 패륜으로까지도 치닫게 된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우리사회의 많은 양식있는 이들은 궁핍한 시절의 산물이며 이기주의의 극단적 형태인 재산 대물림의 심각한 폐해를 한결같이 경고하고 있다. 박원순변호사는 『우리사회는 더불어 돈을 벌고 쓴다는 사회적 풍토가 조성돼 있지 않다』며 『따라서 자신이 번 돈은 쓸만큼 쓰고 후대에 물려주는 일이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인식돼 있다』고 지적했다.

 소설가 김원일씨는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것은 도덕적 당위』라고 잘라 말했다. 또 서울대 김진균교수도 『재산을 모으는 것은 물론 개인의 노력에 의한 것이지만 사회적 조건이 없으면 불가능하다』고 부의 공공성를 강조하고 있다.

 우리사회에도 일찍이 이같은 재산세습의 폐해를 인식, 조용히 재산의 사회환원 운동을 펴고 있는 인사들의 모임이 있다. 지난 84년 서울대 손봉호교수와 한국기독교 총연합 김경래사무처장등이 발기해 벌여온 「유산 남기지 않기 운동」이 그것이다. 이들은 재산의 3분의 2이상을 사회에 환원할 것을 약속하고 유산의 환원방법등을 미리 유서에 작성해 놓고 있다. 불과 4명의 발기인으로 시작된 이 운동은 뜻있는 인사들 사이에 소리없이 호응을 얻어 현재 2백80여명으로 회원이 불어났다.

 김경래사무처장은 『유산을 환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살아 생전에 사회를 위해 돈을 쓰는 것을 자식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 행위자체가 이미 자식들에게는 훌륭한 교육이라는 것이다. 재산 세습의 가장 큰 해악이 자식교육에 있다는 점에는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

 교육자인 이오덕씨는 『부모가 재산을 물려주어 땀의 대가를 알지 못하게 하는 것은 자식들을 내면으로부터 병들게 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박원순변호사는 『돈을 벌고 쓰는 것 자체가 인격의 형성과정』이라며 『부가 세습될 경우 자식에게 공동체 의식을 길러주지 못해 정신의 황폐현상까지 나타날 수 있다』고 충고하고 있다. 작가 김원일씨도 『스스로 벌어 인생을 만들어가는 의식을 가정과 학교에서부터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균교수는 이와함께 재산의 공공성과 사회성에 대한 규범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야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이준희 기자>

<도움말 주신분>

 ▲김경래(김경래·한국기독교 총연합회 사무처장)

 ▲김원일(김원일·소설가)

 ▲김진균(김진균·서울대교수·사회학)

 ▲박원순(박원순·변호사)

 ▲이오덕(이오덕·교육자·우리말 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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