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감사분야 베테랑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일에 몰두하고 일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으며 살아가는 「워커홀릭(일 중독자)」들이 하루하루 전쟁을 치르는 곳이 뉴욕이다. 세계최대 회계법인인 KPMG에 근무하는 공인회계사 김준경(36)씨도 그 가운데 한명이다.
KPMG에서 12년동안 근무해오며 까다로운 금융기관 회계감사업무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회계법인에서는 「별」이라고 할수있는 「파트너」자리를 바라볼수 있는 자리에 설 수 있게 된 것은 자신의 말마따나 『오로지 노력덕』이었다.
김씨는 신혼여행이후 8년간 휴가라곤 가본 적이 없다. 주5일 근무도 남의 얘기다. 지난1∼2월 연방회계감사기간에는 자동차로 1시간 거리인 집까지 오가는 시간이 아까워 아예 맨해튼 사무실 부근에 월세방을 얻었다.
「시니어 매니저」로서 현재 KPMG의 한국사업부문 서열 두번째 위치인 김씨는 주로 미국에 진출한 한국의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의 회계업무를 맡아 하고 있다. 특히 금융기관감사가 전문인탓에 그는 주로 주요 시중은행의 미국현지 법인이나 지상사 대부분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거창하게 애국이랄 것은 없지만 한국과 판이하게 다른 이곳의 회계방식때문에 현지업무에 지장을 겪는 일이 많았던 한국금융기관이나 기업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있다는 데서 자부심을 느낀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서울대 상대 1학년 재학중 부모를 따라 이민온 김씨는 버클리대학 경영학과를 3년반만에 마치고 81년 졸업과 동시에 캘리포니아주정부 감사관으로 공채돼 2년간 일했다. 정부규정을 위반한 소규모 교포금융업체를 폐쇄시켜야 했던 기억이 아직도 가슴 한구석에 늘 아프게 남아 있지만 당시 주정부 감사관으로서의 경험은 지금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한국기업들이 미국 감독기관의 감사를 받을 때 주의해야 할 점이나 감독기관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자신을 갖게 된 것도 당시의 경험덕이다.
최근들어 회계법인의 업무범위는 단순한 회계감사를 넘어 조직전반에 대한 자문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때문에 업무량이 늘 수밖에 없지만 외국의 선진금융기법을 한국금융기관들에 자문하는 보람에 힘든 줄을 모르고 일한다.
『무턱대고 무리한 투자를 해서는 안되겠지만 본격적인 금융개방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모든 일을 모국의 본점·본사나 상부기관이 직접 통제하는 「돌다리 두드리기식」경영에서 벗어나 현지에서 보다 도전적인 자세로 첨단금융기법을 배워가야 한다』는게 김씨의 생각이다.<뉴욕=김준형 특파원>뉴욕=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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