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출범한 에르네스토 세디요멕시코대통령정권은 아직도 경제위기의 늪에서 헤매고 있다. 취임한지 19일만에 경제위기에 봉착했던 세디요대통령과 그의 내각은 당시 즉각적이면서도 과감한 처방을 못내리는 듯한 느낌을 안겨 주었다. 그의 측근들은 멕시코 경제가 위기상황에 대처할 수 있을 만큼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시인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세디요측은 정권출범과 동시에 물려받은 멕시코경제를 더욱 잘 꾸려나가 후임자에게는 롤스 로이스처럼 훌륭한 경제를 물려주고 싶었지만 막상 인계받고 보니 경제상황이 곧 폐기처분해야 할 고물차 수준이었다. 세디요정권은 이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른 채 허둥대다가 결국 경제위기 발생 2개월만에 긴급 경제회생정책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세이요대통령은 머뭇거리지 않고 정치개혁의 칼을 뽑았다. 그의 정치개혁은 그 어느때보다 멕시코를 개방과 민주화의 방향으로 선도하는 한편 그간 기승을 부리던 부패문제에도 메스를 가하는 과감한 성격을 띠고 있다. 그의 개혁논리는 국내외적인 평가를 얻기 위한 인기관리 차원이 아니었다.
세디요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부패한 최고법원 판사들을 해임하고 참신한 인사들을 등용하는 한편 행정부의 독립적 권한을 더욱 강화시켰다. 이와 함께 남부 치아파스지역에서 발호하던 농민반란 세력에 대한 소탕노력을 가속화하면서 전통적으로 고무도장 역할에 그쳤던 멕시코 의회에 국정조사권을 부여, 의회의 기능을 대폭 혁신시켰다.
또한 야권인사들을 행정부 요직에 편입시켜 정치판도에 참신한 바람을 불어넣고 종전 공무원들의 자의적인 결정에 의해 좌우됐던 법체계를 새로이 정비하기 시작한 것도 세디요대통령의 결단에서 비롯됐다.
특히 세디요대통령의 확연한 개혁의지를 나타낸 대목은 전임 카를로스 살리나스대통령의 형인 라울 살리나스의 사법처리였다. 마피아식 기득권을 누려온 멕시코 특권층의 부패를 일소해 성역없는 정치개혁을 실현하겠다는 그의 용단이었다.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세디요정권이 과감한 개혁에 나선 것은 장·단기적인 차원에서 볼 때 주도면밀한 계산에 바탕을 두고 있다. 단기적 차원으로는 멕시코경제가 대량 실업사태를 수반한 엄청난 경기침체 국면에 있어 국민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정치개혁을 시도했다고 분석할 수 있다. 즉 뚜껑을 날려보내지 않고 조심스레 김을 빼겠다는 논리다.
세디요는 또 장기적인 차원에서 권력을 분산시키는 도박을 함으로써 노동계와 재계로부터 보다 큰 협조와 정통성을 확보, 경제위기를 돌파하려 하고 있다. 이는 자신에게 권력을 집중시킨 살리나스전대통령과는 다른 통치스타일로 평가될 수 있다.
세디요의 이같은 시도는 하지만 큰 모험이다. 멕시코는 이제까지 강력한 대통령이 위기를 관리해 왔기 때문에 세디요가 민주화라고 확신하며 추진한 시도들이 권력의 공백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세디요의 개혁이 성공한다면 미국은 그동안 갈망해온대로 민주화한 이웃나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실패할 경우 국민적 반발로 사회적 폭발이 일어날 수 있는 위험성을 지닌 게 멕시코다.
세디요정권은 미국의 지원을 절실히 바라고 있다. 길레르모 오르티즈멕시코 재무장관은 『 미국이 열성껏 멕시코를 돕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단지 미국의 월가가 페소화의 폭락을 초래하는 덤핑만 자제해 주길 원하고 있다. 『월가가 페소화의 폭락을 90일동안만 막아준다면 이는 우리에게 희망이 될 것이다』고 오르티즈장관은 강조했다.
멕시코의 정치개혁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세디요대통령이 추진하는 획기적인 개혁을 뒷받침할 경우 미국에도 새로운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미국은 멕시코를 지원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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