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급도 좋지만…”일 기업 애사심실종 등 부작용 몸살 일본의 닛산(일산)자동차가 최근 『앞으로 3년간 사원 1만여명을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7백억엔의 적자를 낸 바있는 닛산은 지속적인 엔고현상으로 초래될 연간 수백억엔의 적자를 줄이고 경영합리화를 가속화하기 위해 감원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닛산의 이같은 「경영합리화 3개년계획」은 일본식 경영의 특징인 「종신고용제」의 포기를 의미하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그러나 이는 겉으로 드러난 것일뿐 실제로는 이미 후지쓰(부사통), NEC, 일본IBM, 마쓰시타(송하)전기산업, 기린맥주, 혼다기연, 마루베니(환홍), 도요타, 세이부(서무)백화점, 다이에 등대표적인 기업들은 실력과 성과를 중시하는 새로운 인사제도를 채택했다.
종신고용제와 연공서열제가 전후 일본경제를 발전시킨 원동력이란 것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이들 제도가 유효하게 작용하기 위해선 「기업의 지속적인 확대성장」이라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는 것이 경제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엔고현상과 거품경제의 붕괴로 일본기업들이 불황을 겪게되자 전산업, 전업종에 걸쳐 똑같이 운용돼 왔던 종신고용제와 연공서열제는 위협을 받게됐다. 특히 인건비가 비싼 40∼50대를 중심으로 연봉제와 관리직 임기제등 새로운 인사제도가 도입되고 있다. 일경련가맹기업 2천2백개 회사중 14%가 이미 조기퇴직권장, 유관회사 전출, 정년의 하향조정등 어떤 형태로든 인원축소와 함께 새로운 임금체제를 채택했으며 연공서열제를 검토하고 있는 기업도 30%이상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80년대 말기부터 일부 유통업체에서 시작된 이같은 서방식의 「능력급제」는 현재 대기업들도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벌써부터 부작용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하고 있다. 후지쓰의 인사담당자에 의하면 연봉제도입후 직원들의 객관적인 능력평가가 어려워 졌다는 것이다. 실적에 대한 자기평가에서 A∼E의 5등급중 중고년층은 제몫이상을 하고서도 C를 쓰면서 상사가 A나 B로 수정해 주길 기대하지만 젊은층은 예외없이 A나 B를 선호한다는 것. 상사가 『자네가 A일수가 없지 않느냐』고 지적해도 막무가내여서 회사내에선 『성과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나오지 않는다』 『얼굴두꺼운 사람이 득을 본다』는 등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또 연봉제를 비롯, 성과에 따른 인사제도는 샐러리맨의 프로화를 의미하고 있어 사원들도 회사를 믿을만한 존재로 생각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프로야구나 프로축구 선수가 연봉계약을 체결할때 구단측으로부터 기대했던 만큼의 액수가 제시되지 않으면 다른 구단을 찾아가듯 유능한 사원들도 보다 조건이 좋은 회사를 찾는등 자기회사에 대한 애착심이 없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종신고용제와 연공제라고 하여 모두가 시간이 지나면 승진하고 정년때까지 근무할수 있었던 것이 아니다. 능력에 따라 승진과 임금에 차별이 분명히 있었다. 그런데 회사가 이를 무시하고 새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사원들에게 전통적인 멸사봉공정신이나 소속감을 박탈해 오히려 마이너스효과만 불러오고 있다는 주장이다.
노사문제전문가들은 『새로운 경영개념을 구조개편보다는 인력감축으로 오해하는 경영자들이 많다』면서 『경영자가 종업원들에 대한 안정된 급료, 일의 재미, 장래성, 일에 몰두할 수있는 안정성등을 제공치 않고서는 사원들의 사기저하로 기업이윤이 증대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도쿄=이재무 특파원>도쿄=이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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