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키로프」와 미「스타스…」의 거리 3월에 들어서면서 러시아의 키로프와 미국의 스타스 오브 아메리칸 발레 초청공연이 무용계의 관심거리로 부각됐었다. 발레의 전통이 만들어낸 전설적인 명성으로, 월드 스타들의 화려한 경쟁으로 각기 쌓아온 신용이 일주일의 간격을 두고 같은 무대에서 확인되리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기대는 「스타스…」의 공연(16∼17일 세종문화회관)을 보는 순간 무너졌다. 뉴욕시티발레단원이었던 레슬리 브라운과 타계한 안무가 조지 발란신을 앞세운 소개와 홍보는 말 그대로 미국의 고전발레 스타들이 꾸미는 무대를 상상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스타스…」는 뮤지컬 발레 위주의 소규모 단체였다.
아무튼 안무자 로버트 라포스는 발레의 변형된 모습과 미국인의 취향을 느끼게 했다. 춤이 무엇을 전달해야 한다는 개념을 없애면서 기교에 변형을 가하고 자유스럽고 활기찬 분위기를 제시했다.
대표작 「사랑의 나날들」은 쾌락과 엄격한 규칙을 겸비한 뮤지컬 댄스의 정수였다. 어려서부터 연마한 발레 실력은 대중가요의 리듬에 자유롭고 편한 춤, 명쾌한 몸놀림, 신바람을 불러일으켰다. 미국의 자랑이기도 한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전문성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만일 스타스 오브 아메리칸 발레 공연이 상상대로 발레 스타들의 솔로나 2인무였더라면 러시아 발레와 비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을 것이다. 키로프가 공연한 「백조의 호수」(6∼8일 세종문화회관)같은 고전작품들은 내용과 순서, 동작이 거의 같지만 객석에서는 아주 다른 느낌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정형미를 강조한다면 미국의 스타들은 관객이 즐길 수 있는 분위기 장악을 우선으로 한다. 발레와 뮤지컬의 연결을 이런 시각에서 본다면 키로프발레 군무진이 이뤄내는 세계정상의 조화도 우연만은 아닐 것이다.
3월의 두 공연은 내용상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발레가 변화되는 한가지 경로를 명확히 보여준다. 키로프의 전통이 발란신의 변형으로 뉴욕시티발레에 정착했고 라포스의 변형으로 브로드웨이에 자리잡았다. 이 길로 치닫다 보면 아카데미즘의 대명사인 발레가 무엇을 위해 소모되는 춤으로 전락할 것 같다는 불안함도 숨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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