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국회의 부전결의채택을 둘러싼 보수우익들의 망동을 보면 일본의 양식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제철을 만난듯 이에 반대하는 연판장을 돌리고 이의 채택을 추진하는 사회당사등에 테러까지 감행하고 있다. 정치지도자들까지 갖가지 망언으로 이를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다. 부전결의는 지난 전쟁에 대한 처리문제를 매듭짓고 미래를 향한 발판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일본에도 큰 뜻이 있다. 국민적 합의를 담은 국회의 부전결의는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도 꼭 거쳐야할 과정이다. 세계각국이 전후50년을 맞아 이를 지켜보고 기대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지난해 6월 무라야마(촌산부시)연립정권이 탄생하며 자민당 사회당 신당사키가케가 사죄의 뜻을 담은 부전결의를 국회에서 채택하기로 합의했을 때만해도 전향적이었다. 그 합의의 여운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전전의 정치세력에 뿌리를 두고 있는 자민당이 이를 뒤틂에 따라 현재 이의 채택이 불투명한 상태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 전후처리문제가 이처럼 질척거리고 있는 것은 자민당의 보수체질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지난 30여년간 정권을 쥐어온 자민당은 그동안 전쟁사죄와 반성등의 문제를 놓고 주로 말장난을 일삼았다. 이젠 이같은 애매모호한 태도를 떨쳐버리고 깔끔하게 과거를 정리할 때가 됐는데도 여전히 이를 정쟁의 도구로 삼아 그 반대방향으로 치닫고 있기만 하다.
전후 50년을 맞아 노골적으로 우익의 깃발을 들고 나온 자민당의 지도자들과 일부 지식인들의 저의를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부전결의를 저지하는 의원연맹을 구성한데 이어 국회의 부전결의를 반대하는 우익단체의 청원소개에 2백75명이란 국회의원이 나섰다. 그것도 부족해 집회를 열고 「일본은 피해자다」 「지난대전은 아시아 각국을 해방시키기 위한 전쟁이었다」는등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는 망언경쟁까지 하고 있어 앞날이 걱정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그동안 과격스러운 행동으로 언론들로부터도 기피를 당해온 우익단체등이 이번 부전결의 반대운동을 명분으로 삼아 사회적으로 그 존재를 인정받지 않을까하는 점이다. 이는 일본을 위해서나 아시아전체를 위해서나 불행한 일이 될 것이다.
일본정치지도자들은 역사를 직시하지 않고 거꾸로 가서는 미래를 예약할 수 없음을 인식해야 한다. 전후처리문제를 덮어둔 평화주의는 위선일 뿐이다. 지난 반세기가 헛된 것이 되지 않도록 일본은 양식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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