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가혹할수록 평화에 대한 희구가 절실해지고 애조를 띤 노래가 유행하기 마련이다. 반면 평화가 길어질수록 사람들은 박력 있는 액션문화에서 나른한 삶을 깨워줄 자극을 찾는다. 폭력이 주요 소재였던 「모래시계」가 공전의 인기를 끌었고, 타이완 무협사극 「판관 포청천」과 「칠협오의」가 사람들을 TV 앞으로 모이게 하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여기에 일본 「사무라이」 영화 「쇼군(장군) 마에다」가 끼여들어 우리의 공륜심의를 통과한 후 현재 개봉해 줄 영화관을 물색하고 있다.
타이완·일본의 영화에 대한 우리의 정서적 문제는 뒤로 미루고, 궁금한 것이 있다. 「중국 무사와 일본 사무라이가 한판 대결한다면 누가 이길까」라는 어린애 같은 궁금증이다.
중국 검술은 현란할 정도로 기교적이다. 동작은 눈부시고 무기도 다양하다. 반면 일본 검술은 전광석화처럼 민첩하다. 예리한 칼로 상대의 허점을 파고들어가 단칼에 승부를 낸다.
학생운동을 하다가 지금은 광주에서 민족무예도장 「경당」을 운영하고 있는 임동규씨는 저서 「무예사 연구」에서 「명나라의 척계광장군이 쌍수도법을 고안한 것은 왜구 때문이었다. 왜구가 1장(장·1장은 10척) 밖에서 번쩍 뛰면 허리가 동강나 버려서 명군은 왜구를 보기만 해도 주저앉아 버렸다」는 기록을 인용하고 있다.
그는 또 「중국 검술은 검의 길이가 짧아 일본 검술이나 우리의 민족무예에 떨어진다. 우리의 민족무예는 실용적이면서 위력적」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지금은 액션영화에 끌리는 평화의 시대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문화전쟁의 시대」이다. 문화전쟁을 치를 주요 전력은 영상산업이다.
막강한 민족무예는 어디에 두고 「쇼군 마에다」에 대해 민족감정만 앞 세우고 있는 것인지. 또한 같은 인물을 소재로 해 진부해진 「판관 포청천」과 「칠협오의」는 비싼 로열티를 지불하고 둘씩이나 들여오는 것인지.
장기적 안목에서, 또한 스포츠를 위해서도 민족무예를 전승할 인재들을 양성하고 우리의 영상산업인 액션영화·드라마등에 참가시키는 문제를 적극 고려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문화2부장>문화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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