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에 힘제공·중진엔 경고뜻/“지자선거뒤 한차례 메스” 관측 김영삼대통령은 17일 민자당을 호되게 질책했다. 김대통령은 이날 민자당 당무위원등과의 조찬에서 통합선거법 협상과정에서 당이 보여준 무기력을 강하게 나무랐다. 김대통령은 또 『당문제는 이춘구대표에게 전권을 맡기겠다』며 처음으로 「전권위임」이라는 표현을 쓰면서까지 당의 중진들에 대해 강도높은 경고의 뜻을 표시했다.
청와대측도 김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한마디로 『앞으로 당대표에게 도전하거나 흔드는 일은 절대 용납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즉 이대표에 대한 대통령의 강력한 지원의지를 밝힌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 고위관계자는 『허약한 대표가 당을 이끌어갈 수 없는 것 아니냐』면서 『대표가 힘에 부치면 총재가 강력한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대표중심의 당운영을 당부한 대통령의 말은 어떤 의미에서 당의 중진들을 겨냥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대통령은 지난번 선거법 협상과 관련, 『당전체가 하나로 뭉쳐 일사분란하게 대처하지 못한 것이 매우 유감스럽다』며 당의 중진들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 김대통령은 또 『헌정중단사태가 벌어졌는 데도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들이 말 한마디 안하면서 뒷짐이나 지고 즐겼다는 얘기도 들었다』면서 『그러고도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느냐』고 당의 중진에게 직격탄을 쏘았다.
당의 선거법 개정안이 일단 당무회의에서 통과돼 당론으로 정해졌으면 이의 관철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하는데도 중진들이 개인입장에 따라 제각기 따로 놀았다는게 김대통령의 인식이라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또 「이대표로의 전권위임」이란 표현은 과거 김종필대표를 두고 했던 「대표를 중심으로」라는 것보다 한단계 높은 수위의 발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당무에서 완전히 손을 떼겠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고 못박아 이대표의 전권이 공천이나 인사에까지 미치는 것이 아님을 명백히 했다. 한 관계자는 『어디까지나 당총재는 대통령』이라며 『당이 일치단결해서 좌고우면하지 말고 대표를 중심으로 정정당당하게 나아가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김대통령의 이날 발언에는 지금의 당체질로는 현정부의 개혁이나 세계화정책, 나아가 정권재창출에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깔려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선 당장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지자제선거를 위해서도 당의 체질개선이 시급하지만 인적 교체를 하기에는 시간적으로 촉박해 강도높은 경고로 대신했다는게 청와대측의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어느 곳이 잘못됐는지를 대통령이 확실하게 알게 됐다』며 『앞으로 두고보면 이런 부분에 대해 메스가 가해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자제선거가 끝나고 15대 총선이 있기까지의 사이에 김대통령은 다시한번 민자당을 탈바꿈시키려는 시도를 할 것으로 관측된다.<신재민 기자>신재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