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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정신 깬 공천(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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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정신 깬 공천(사설)

입력
1995.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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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법권을 지닌 국회의원―정치인들은 누구보다도 법준수에 수범을 보여야함은 당연한 상식이다. 그런데 여야가 진통끝에 기초지방의원선거에서 정당공천을 배제하는데 어렵게 합의하고 통합선거법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음에도 일부 민주당의원들이 지구당에서 기초의원후보를 공천한 것은 여야합의와 법정신을 짓밟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행위는 또 지방선거 분위기를 흐리게할 여지가 크므로 즉각 공천을 취소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민주당의 전주·완산, 영광·함평, 김제시지구당등은 기초의원후보 일부 또는 전원을 대회를 열어 공식 추천했다. 중앙당과 해당의원들의 주장대로 아직 개정선거법이 공식 발효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같은 당공천이 불법행위는 아닐는지 모른다. 하지만 의장공관등의 점거·해산소동과 여야의 극한대치끝에 합의한 것은 순수한 지방자치의 발전·정착을 위해 기초의원만이라도 정치색을 탈색시키자는 것 아닌가. 이를 뻔히 알면서도 추천을 강행한 것은 정치 도의면에서도 매우 잘못된 처사인 것이다.

 더구나 이들 의원들이 『새 법이 발효된 후 후보의 위상을 재검토하겠다』고 하고 또 중앙당이 『법공포후에도 필요할 경우 지구당위원장 책임아래 내부공천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한데는 어이가 없다. 한마디로 합의와 법정신을 전연 도외시하겠다는 태도다.

 물론 개정선거법은 허점과 모순이 있는게 사실이다. 기초의원후보의 공천배제를 명기했음에도 의원후보에 대해 정당경력의 표시를 허용한 것이 그것이다. 정당경력의 표시만으로도 사실상 당공천의 효과를 나타내는 한편 그로인해 무소속후보에 비해 유형무형의 이점을 갖게 해준 것이다. 따라서 후보들은 당선을 위해 정당에 가입, 비공식 추천을 받으려 하고 또 위원장은 당세의 확장과 과시를 위해 추천을 이용할 것이 틀림없다.

 이렇게 될 경우 당공천후보라는 표기만 하지 않았지 사실상 기초선거는 광역선거등서처럼 정당간의 대결이 될 것이다. 개정선거법은 정당의 지지 또는 추천을 표방할 수 없게 했고(84조) 위반할 때에는 2년이하의 징역 또는 4백만원이하의 벌금을 과한다(2백56조)고 했지만 기초의원선거의 정당탈색은 무의미해지고 마는 것이다.

 이제 민주당은 책임있는 공당이자 제1야당답게 새 선거법을 엄정하게 이행해야 한다. 3개 지구당의 기초후보들에 대한 추천을 공식취소하는 한편 일체 공천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해서 여야가 합의한 공천배제정신을 성실하게 준수하는 것이 긴요하다. 지구당마다 법을 무시한채 내부공천을 하여 기초의원선거가 여야의 대결장이 될 때 선거분위기는 흐려지고 장차 기초의회는 불안정하게 운영될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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