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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제1의 장수촌 이하마마을 르포/인구350명중 65세이상 8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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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제1의 장수촌 이하마마을 르포/인구350명중 65세이상 80명

입력
1995.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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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도 대부분 앓아눕는 일 없어”/아늑한 자연속 직접 잡은 생선·야채 주식 『사랑을 하니까 머리에 염색을 하지』

 92세의 할아버지가 웃으면서 염색하는 까닭을 설명하자, 옆에 있던 다른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한바탕 따라서 웃는다. 노인답지 않게 웃음소리가 건강하고 명랑하다.

 「일본 제1의 장수마을」로 알려진 시즈오카(정강)현의 해변마을 이하마(이빈). 도쿄에서 남서쪽으로 기차로 2시간, 버스로 1시간을 달려 찾아 온 이 벽지에서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어린이 수가 줄어들어 폐교가 된 옛 국민학교에 모여 게이트 볼과 고리 던지기 연습을 하고 있었다.

 운동을 하는 노인 17명 중 안경을 쓰거나 보청기를 낀 사람은 거의 없고 4명의 할머니가 머리염색을 했다. 사이토 마스오(제등증남·92)할아버지가 다시 『집사람이 먼저 세상을 떠났는데, 사랑도 보충을 해야 하니까 이 중의 두 사람이 내 여자친구』라고 말하자 또 한번 웃음이 터진다.

 이 마을 노인회는 40개 팀이 참가한 지난해의 「미나미 이하마초(남이빈정)노인클럽연합회 고리 던지기대회」에서 우승을 했는데, 올해도 우승을 하려고 맹연습 중이다.

 이하마 마을은 1백22가구에 인구가 3백50여명인데 그 중 65세 이상의 노인이 80명으로 전체의 22.9%이다. 「노인 천국」일본에서도 65세 이상의 노인이 전체의 13.3%인 점과 비교하면 2배에 가깝다.

 비교적 젊은 편이어서 노인회의 운동을 지도하던 히타 도쿠지로(비전덕차랑·76)할아버지는 『우리는 대부분 이 주변에서 태어나 평생을 부지런히 일하며 살아 왔다. 우리 마을에서는 늙어도 앓아 눕는 일 없이 살다가 수명을 다하는 경우가 많다』고 자랑한다.

 푸른 바다 양쪽으로 몇개의 섬이 기막히게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주고 뒤로는 해발 2백 정도의 야산이 바람을 막아주는 이 마을의 주민 생업은 거의 다 반농반어이다.

 마가렛꽃과 귤등을 재배하는 비닐 하우스가 산비탈의 밭을 온통 뒤덮고 있고, 앞바다에는 어선과 외지인들의 낚시배가 떠 있거나 포구에 매어져 있다.

 자연이 만들어주는 경치는 이처럼 아름답지만 삶의 조건이 유리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편안하고 아늑한 정서를 가져다 주는 자연과 부지런히 일해야 하는 삶의 조건이 절묘하게 결합되어 장수마을을 이루고 있기도 하다.

 노인들은 80세가 넘으면 일에서 손을 떼고 하오마다 운동장에 모여 하루 4시간정도 운동을 하며 소일하는데 한 달에 두 번씩은 노래하고 춤을 추는 특별행사도 열린다.

 80세의 오사다 기미코 할머니는 『우리 마을 사람들이 신선한 야채와 칼슘이 많은 해초류, 생선등을 먹는 것이 건강에 도움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운동장에서 30정도 걸어 내려 오면 마을 복판에 오래 된 절이 바다를 향해 서 있다. 절 앞에 세워진 「일본 제1의 장수촌 문화를 전하는 후쇼지(보조사)」라는 푯말이 자랑스러워 보였다.<이하마(시즈오카현)=박래부 기자>

◎“노인은 큰고객”… 실버산업 발달/대기업도 용품생산… 백화점엔 대부분 전문매장

 도쿄 신주쿠의 게이오(경옥)백화점 8층. 40대 초반의 여성이 한쪽 코너에서 열심히 물건을 고른다. 그녀가 찾는 물건은 노인용 변기. 

 『시어머니의 거동이 불편해서요. 물건이 생각보다 훨씬 많은데요』

 이 여성은 제품 소개 팸플릿 몇장을 받아 들고는 열심히 가격과 성능을 비교했다. 10여평 크기의 이 「실버코너」에는 변기 말고도 기저귀, 목욕 의자, 휠체어, 지팡이, 찜질침대등 다양한 종류의 노인용품이 전시돼 있다.

 이곳 실버코너를 찾는 고객은 하루 30여명.

 실버용품을 구입하는 사람은 다른 고객보다 훨씬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이 백화점의 서비스담당 매니저 가메다 마사루(50·구전 우)씨에 따르면 고객은 우선 이곳에 들러 제품 종류와 가격·기능을 비교하고 의사를 찾아 상담을 한다. 의사와 충분히 협의한 다음 다시 이곳을 찾아 그제서야 제품을 구입하게 된다.

 계절에 관계없이 가장 많이 찾는 실버 용품은 기저귀. 몸을 못 움직이거나 자각 능력을 잃은 노인에게 기저귀는 필수용품이다. 그 다음으로 많이 나가는 용품은 계절에 따라 차이가 나 여름엔 샤워 의자, 겨울엔 좌변기다.

 매일 10여명꼴로 찾는 7층 보청기 코너에서는 소니 내셔널등 일본 제품과 영국 미국 노르웨이등에서 들여온 수입품이 경쟁을 벌인다. 60∼70대 노인들 이야기로는 보청기에선 외국산이 일본제품보다 앞선다고 한다.

 보청기는 기성품과 주문형으로 나눠진다. 보청기코너 여점원은 『요즘엔 주문형에 사람이 많이 몰립니다. 사람마다 귀의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주문형을 선호하는 거죠』라고 설명했다.

 실버코너 벽면에는 「고령자 주택개조 상담회―매월 첫째 토요일」이라는 광고가 붙어 있다.

 게이오백화점에는 이같은 주택 전면개조가 한달 평균 2건, 부분개조가 10건 정도 접수된다. 전면 개조의 경우 욕조 턱을 낮추고 벽에 손잡이를 설치하거나 휠체어가 움직이는데 지장이 없도록 복도의 폭과 높이를 조절하는등 집안을 완전히 뜯어고치는 것을 말한다. 부분 개조라면 화장실 손잡이 높이를 낮추는등 비교적 가벼운 개조를 의미한다.

 게이오백화점 말고도 제법 크다는 백화점에는 대부분 실버매장이 마련돼 있고 물건도 다양하다. 일본에는 이밖에 노인의 외출을 도와주는 회사가 있고 노인을 위한 호텔도 있다. 이런 호텔에는 벽에 손잡이가 달려 있고 직원중 상당수는 간호능력을 지니고 있다. 또 정기적으로 직원을 노인에게 보내 마치 친자식처럼 돌보게 하는 전문회사도 생겨났다.

 일본의 실버산업은 우리와 비교해 상당히 발달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정작 일본인들은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아직 뒤떨어져있다고 말한다. 노령인구가 갑자기 늘어났지만 그들을 위한 산업과 시설이 미처 갖춰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일본 실버산업은 어둡지 않아 보인다. 가메다씨는 『현재 일본 인구 1억2천5백만명중 누워 있는 노인이 3백만명입니다. 앞으로 30년 뒤면 그 수가 2천만명으로 늘어날 겁니다. 그렇다면 역설적으로 실버산업의 미래는 밝지 않을 수 없는 것 아닐까요』라고 되묻는다. 이런 전망을 뒷받침하듯 히타치(일립)등 대기업들도 최근 실버용품 생산을 시작했다.<도쿄=박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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