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개월간 회오리쳤던 지자제법개정 과정은 우리 정치발전사의 한 중요 장으로 기록될만한 것이다. 당시 여권의 주장을 들어보면 『이대로 지방자치선거를 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강한 우려를 갖고 어떻게든 단체장의 정당공천을 삭제하는 방향으로 법개정을 결심하고 있었고, 이에 맞서는 야당측은 길거리에 드러누워 길을 막는 한이 있더라도 법개정은 막아야 한다는 결심을 하고 있었다. 실제로 야당의원들은 국회의장공관에 쳐들어가 거기 드러누워 의장의 출근을 못하게 했다. 과거 우리 정치사를 뒤돌아 볼때 이만한 대치상황이면 정치는 파국이 나는 것이 뻔한 일이었다. 야당은 악을 쓰다가 쓰러지고 여당은 결국 힘으로 밀어붙여 원안대로 법을 통과시킨 것이 우리의 지난 정치상황이었다. 타협점을 찾아 새로 법안을 만들었다는 것은 기적같은 일이다. 정치가 발전했다는 안도감이 든다. 해방 1년전 열반한 한용운스님이 『대한은 36년간 질곡에 산 후 36년간의 분열기, 36년간의 번영기를 살 것』이라고 한 예언이 정치에도 맞아 떨어지는 것같다.
문제를 풀리게 한 동인의 하나는 유권자의 눈이 매서워졌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정치선진국의 정치인들이 엉터리정치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유권자의 감시역때문이다. 만일 중앙정치무대에서 여론을 무시한채 비정의적인 일을 한다든지 비합리적인 정치행위를 하면 다음 선거에서 그 정치인은 살아남지 못한다. 그래서 쟁점이 생기면 먼저 청문회를 열어 전문가의 의견, 찬성론자 의견, 반대론자 의견을 듣고 짐, 존, 에드, 제리같은 동네 유권자들을 직접 전화로 연결해 허심탄회한 의견을 들으면서 유권자가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먼저 파악한후 정치결정을 하려 든다. 유권자가 썩으면 정치가 썩고 유권자가 깨끗해 지고 매서워지면 정치는 산다.
마침 공명선거실천 시민운동협의회(의장 손봉호 서울대교수)는 이번 선거중 『선거부정을 저지르는 후보는 제명하자』라는 표어를 내걸고 돈을 준다든지, 막걸리를 돌린다든지, 관권을 동원한다든지 하는 부정이 있는 후보는 영원히 정치에서 추방하는 운동을 벌이려 하고 있다. 정견토론장을 선거구별로 마련해 후보정견을 유권자가 직접 검토할 수 있는 기회도 만들 예정이라고 한다. 공명선거협의회뿐 아니라 온 국민이 유권자 매서워지기 운동을 벌일 때가 아닌가 한다. <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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