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투자급증·수출호조 주도/대기업중기격차 심화 등 “활황 그늘”도/경기과열·물가불안 경계해야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우리 경제의 성적표는 우리경제가 본격적인 경기활황 국면의 한가운데서 정점으로 치닫고 있음을 보여준다. 성장률(GDP·국내총생산증가율)은 8.4%(4·4분기 9.3%)에 달해 경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91년(9.1%) 수준에 육박했으며, 설비투자와 수출도 각각 23.3%와 16.2%의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무엇보다도 지난해의 높은 경제성장률은 설비투자의 급증과 수출호조에 의해 주도됐다. 지난해 4·4분기 설비투자증가율은 30.6%로 79년 2·4분기(62.7%)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연간으로도 23.3%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수출도 엔고효과에 힘입어 16.2%나 늘어났는데, 특히 4·4분기에는 22.9%의 급격한 증가세로 경제성장을 주도했다.
성장의 내용도 비교적 건실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수출 및 설비투자의 높은 증가에 힘입어 제조업성장률이 전체 경제성장률을 크게 웃도는 10.4%를 기록했으며, 경공업과 농림어업이 93년 마이너스 성장에서 지난해 각각 4.2%와 1.2%의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선 것이 이를 말해준다.
그러나 이러한 높은 성장에도 불구하고 중화학공업과 경공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부유층과 서민층간의 격차는 오히려 벌어진 것으로 나타나 경제의 이중구조가 심화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중화학공업이 13.0%의 높은 성장을 구가한데 비해 경공업은 3.6%의 성장에 그쳤으며, 엔고에 따른 수출증대 효과도 자동차 전기전자 등 대기업 업종에 집중된 것으로 분석됐다. 민간소비가 전년보다 7.4%(4·4분기 7.8%)나 늘어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였지만, 이 또한 승용차 PC(개인용 컴퓨터) VTR 등 고급 내구성 소비재와 서비스에 대한 지출증가에 의해 주도돼 장바구니 물가를 걱정하는 일반 서민들의 소비지출과는 거리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가 성장하는 것은 일단 좋은 일이지만 문제는 물가다. 경기가 과열되면 곧장 물가불안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이강남 조사2부장은 『제조업 가동률이 85%를 넘고 실업률이 2%대의 완전고용상태를 유지하는 등 과열의 징후가 없지 않지만, 소비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상당히 밑도는데다 건설경기가 아직 부진한 상태에 있어 전체적으로 과열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민간소비가 지난해 1·4분기부터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고, 설비투자도 급증하고 있어 현재의 활황국면이 과열로 치닫지 않도록 경계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대우경제연구소 이한구 소장은 『올들어 국제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고 고용증대로 인한 임금인상 압력도 계속 커지고 있다』며 『경기진정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김상철 기자>김상철>
◎성장률기준 GDP로 변경/경기 반영 정확성 높여
올해부터 한국은행의 경제성장률 발표기준이 GNP(국민총생산)에서 GDP(국내총생산)로 바뀌었다.
GDP(Gross Domestic Product)는 외국인을 포함, 국내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이 생산하는 부가가치의 총액이며, GNP(Gross National Product)는 우리나라 국적을 갖고 있는 국민이 국내 또는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의 총액이다. GDP가 영역중심의 개념이라면, GNP는 사람중심의 개념이다. 따라서 GDP에서 우리나라가 해외에 지불한 소득(임금 이자 배당 로열티 등)을 빼고, 해외에서 우리나라 사람이 벌어들인 소득을 합하면 GNP가 된다. 한국은행은 지난 58년부터 GNP를 이용해 경제성장률을 발표해왔는데, GNP보다는 GDP가 국내경기를 정확히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에 기준을 바꾼 것이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 선진국들이 90년대 들어 경제성장지표를 모두 GDP로 바꿨으며, 유럽의 OECD국가들은 이미 70년대부터 GDP를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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