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제(법과대학원) 도입방안이 대학마다 붐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대가 지난 2월 법과대학을 대학원과정으로 전환하겠다는 막연한 방안을 내놓은 후 서울의 주요대학들이 경쟁이나 하듯이 각양각색의 로스쿨도입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연세대는 현행 4년제 법과대학을 폐지하고 전공에 상관없이 대학4년 졸업자면 누구나 진학할 수 있는 미국식의 3년제 로스쿨을 도입하겠다는 것이고, 고려대는 4년제 법과대학은 유지하면서 2년제 법과대학원을 두되 4년제 법대졸업자만이 진학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또 성균관대와 한양대는 연세대식의 3년제 로스쿨을 구상하고 있다고 한다.
대학들의 이러한 법과대학 교육체제개혁구상들을 보면서 그 필요성에는 별 이의가 없다. 그러나 한 나라의 법학교육체제가 큰 원칙없이 대학 나름대로 개혁돼 운영된다고 할 때 그 혼란을 어떻게 감당할 것이냐는 문제점 때문에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학마다 로스쿨붐이 일고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기에 이른 동기와 책임은 물론 대학이 아닌 정부에 있다 할 것이다. 지난해 착수한 교육개혁위원회의 대학교육개혁작업이 늦어진 것이 첫째 원인이다. 두번째는 정부의 사법개혁방안마련도 소문만 무성할뿐 법학교육개혁방안제시가 늦어지고 있어 대학들이 오히려 선수를 치며 경쟁까지 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선후가 바뀐 것이다. 정부가 먼저 법학교육체제개혁과 법조인 채용방안에 관해 개혁원칙을 제시한 후 그 틀에 맞춰 미국식의 로스쿨을 도입하든 4년제학부에 2년제 대학원을 추가하든 개혁을 해야 한다.
법학교육체제개혁은 대학의 교육체제와 교육내용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안된다. 로스쿨이나 법과 대학원을 졸업하는 사람들을 어떤 방식으로 판사·검사·변호사등 법조인으로 채용할 것이냐는 문제와 연계되어 있어야만 현실적으로 비로소 확정될 수가 있다.
그래서 정부가 구상하는 채용방안 내용이 알려진대로 로스쿨졸업자에 한해 변호사자격시험을 허용하게 된다면 모든 대학의 법과대학이 로스쿨로 개혁되는게 당연할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결국 응시자격제한이 없는 현행 사법시험을 로스쿨졸업자로 자격을 높이는 것이어서 로스쿨지원과열이란 엉뚱한 부작용에도 대비해야 한다. 또 합격자규모를 얼마만큼 적정하게 할 것이냐는 것도 중요하다.
로스쿨제도입이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전문영역교육을 제대로 하고 현장실습이나 판례중심의 세미나식교육을 하자면 현재의 법대교수실력수준으로는 역부족이다. 때문에 로스쿨제로의 개혁을 하더라도 너무 서둘지 말고 준비를 먼저 갖춰가면서 연차적으로 시행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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