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도시」 뉴욕서 맹활약 변호사가 차고 넘치는 곳에서 변호사 노릇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변호사의 나라 미국, 그중에서도 가장 경쟁이 심한 뉴욕 바닥에서 남들 보기에 번듯한 변호사가 되는 건 더 어려운 일이다. 더군다나 한 분야에서 전문 변호사의 경지에 이르기란 참으로 지난하다.
넬슨 안(34·한국명 안규남)씨는 미국에서도 흔치 않은, 증권법 및 은행법 전문변호사다. 미국의 은행법은 워낙 방대하고 복잡하다. 정도는 덜하지만 증권법 역시 까다롭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미국인들도 선뜻 전공하기를 꺼리는 분야다. 이 둘을 함께 전공한 변호사가 안씨다. 당연히 희소가치가 높다.
현재 일하고 있는 법률회사 「메이어, 브라운 앤드 플랫」으로 옮기기 전 그는 연방준비은행(FRB)에 근무했었다. 88년 보스턴칼리지 로스쿨 졸업과 동시에 특채돼 미국은행의 외국시장 진출, 외국은행의 미국시장진출, 은행의 증권업무등 3개 분야를 다루면서 주요정책 입안에 참여했다.
92년초 FRB의 법무담당관으로 승진한 안씨는 꼬박 1년간 「솔로몬 브러더스 사건」을 수사하게 된다. 굴지의 금융회사 솔로몬 브러더스가 미재무부 채권발행규정을 어기고 총 발행채권의 35%이상을 구매한 이 사건에는 연방검사들과 함께 2명의 변호사가 수사에 관여했는데, 그중의 한명이 안씨였다. 안씨의 활약에 힘입어 솔로몬 브러더스의 존 굿프렌드회장등 고위 임원과 관련 관리들이 줄줄이 사임하거나 법정에 섰다.
안씨가 현재의 회사로 옮긴 것은 93년 6월이었다. 보람은 많았지만 FRB에선 변호사로서 일할 수 있는 범위가 너무 한정돼 있었다. 또 지금 회사엔 은행법과 증권법을 동시 취급하는 변호사중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마이클 캐퍼타이드씨가 있었던 것도 회사를 옮기게 된 요인중 하나다.
캐퍼타이드씨는 올해초 회사의 경영 파트너이자 1백30명의 변호사가 근무하는 뉴욕사무소의 최고 책임자가 됐는데 바로 그 밑에서 일하는 안씨로선 일 부담이 더 늘어났다. 변호사 수만 6백60명인 안씨의 회사는 미국을 통틀어 11번째 큰 법률회사다.
76년 아버지가 농협 뉴욕사무소 책임자로 발령나면서 미국땅을 밟은 안씨는 언제든 기회가 닿으면 모국을 위해 일하고 싶어한다.그가 보기에 웬만한 한국 은행들은 다 미국에 와 있지만 제대로 일을 하는 은행은 한 군데도 없다. 『돈잃을 각오를 하고서라도 미국 은행들의 금융기법을 배워야한다』는 안씨는 『현 상태로선 미국 은행들이 한국에서 본격적인 도매금융을 시작하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는 멕시코 은행들이 91년 민영화이후 미국에 진출, 이제는 증권·리스·채권발행인수·딜링·선물(선물)거래등 미국금융의 거의 모든 것을 배운 사실을 예로 들면서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직접 부닥치면서 익혀야 한다』고 충고했다.<뉴욕=홍희곤 특파원>뉴욕=홍희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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