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의 유럽순방은 그동안 한반도주변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머물렀던 정상외교를 한 차원 높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그동안 우리 외교는 아무래도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와 동남아시아 지역 중심으로 펼쳐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유럽 여러 나라와는 어딘지 모르게 거리감을 느끼며 살아 왔던 것이다. 세계화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한발 앞서 나가는 유럽선진국들은 우리가 맨 먼저 달려 가야 할 곳이지만 안보 경제 등 당면 현안이 급한 우리로서는 순위를 늦출 수밖에 없었다.
아직 남아메리카나 중동 아프리카 지역도 남아 있긴 하나 그런대로 꼭 봐야 할 나라들은 대체적으로 한 바퀴 돈 셈이다. 이제는 그때 그때의 필요에 따라 중점적으로 정상외교의 발길을 돌리면 될 것이다.
금년은 유엔 창설 50주년을 맞는 해이기 때문에 우리와 특별한 인연을 맺어왔던 유엔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라도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비상임 이사국 진출을 성공시켜야 할 것이다. 김대통령이 이번 순방을 통해 여러 나라 지도자들로부터 지지 약속을 얻어냈다는 것은 작은 성과가 아니다. 앞으로 유엔무대나 쌍무적 외교채널을 통해 확실한 표가 될 수 있도록 계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후속조치가 필요한 분야는 비단 그뿐이 아니다. 이번 순방의 마지막 일정으로 끝낸 유럽연합(EU)과의 경제협력 확대 및 EU와 아·태경제협력체(APEC)간의 상호협력 증진 합의 사항도 마찬가지다. EU라는 시장이 까다롭고 그래서 우리가 세일즈 외교에서 다소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앞으로 이 지역에의 적극 진출을 위해서는 이번에 합의된 무역 확대 및 자유무역질서확립에 뒤따른 후속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사실 그동안 여러 차례의 정상방문외교 활동이 화려한 모습으로 우리 국민들의 안방에까지 비춰졌지만 그 방문성과를 더욱 확대 재생산하는 외교적 노력이 뒤따랐느냐는 점에서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특히 지난번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이 서울에 와서 약속했던 외규장각도서반환이 파리에서 언급조차 안된데 대해 우리는 솔직히 말해서 서운함을 금할 수 없다.
김대통령은 이번 순방을 통해 우리 자신의 이익만 챙긴 것이 아니다. 세계각국이 공동으로 안고 있는 사회개발 문제에 대해서도 도와주겠다고 적극 개입했다. 이는 외교선의 다변화뿐 아니라 외교 영역을 전지구촌쟁점으로 확대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금년 가을에 있을 유엔총회에 가서도 세계적인 문제에 차원높게 접근하는 노력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세계화를 현장에서 직접 보고 스스로 정상외교활동을 벌인 성과가 김대통령의 앞으로의 국정운영에 어떻게 반영될지 관심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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