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운을 걸고 벼랑끝에서 극한대치했던 여야가 파국직전에 극적으로 절충에 합의한 것은 나라와 정국의 안정을 위해 매우 다행한 일이다. 기초지방선거에 있어 단체장은 정당공천을 허용하나 의원은 공천을 배제하는 이른바 공천반반론에 합의한 것이다. 결코 최선의 것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격돌을 피하기로 한 것은 그나마 주권자인 국민을 의식한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여야가 막바지에 충돌대신 타협을 택한 이유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여당이 공천배제를 담은 통합선거법개정안을 국회에서 변칙으로 강행처리할 경우 그로 인해 정국은 경화된채 후유증은 6월 지방선거에까지 나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정부여당에 큰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게 분명하다. 더구나 김영삼대통령의 유럽방문성과 역시 희석될 여지가 큰 것이다.
야당도 협상을 외면한채 무조건 반대식의 결사저지로 일관할 때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게 될 것은 긴 설명이 필요없다. 결국 여야 모두 상처투성이로서 국민에게 실망과 분노만 안겨주는 정치적 부담을 깊이 고려했다고 볼 수 있다.
일단 절충은 되었지만 기초지방자치가 단체장(시장·군수·구청장등)은 책임정치라는 명분아래 정당출신이 담당하고 의회는 정치색·정당색이 없는 의원들이 포진하는 기이한 형태가 되게 됐다. 이로 인해 단체장들은 막강한 정당을 배경으로 지방행정을 독단적으로 운영할 가능성이 다분히 있다. 이같은 단체장이 이끄는 자치단체에 대해 과연 의회가 얼마만큼 효율적으로 감독할 수 있을 것인가는 숙제로 남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기초단체장과 의원 모두의 정당 공천배제가 옳다고 주장해온 것이다.
이번 정당공천배제논쟁은 정치권에 새삼 교훈을 일깨워 주었다. 중요한 제도일수록 충분한 시간여유를 두고 문제를 제기, 국민의 여론을 반영하면서 여유있게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성급한 문제제기와 밀어붙이기식은 되풀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또한 논의자체를 거부하며 무조건 반대하고 농성하는 습관은 버려야 한다.
공천배제논쟁으로 가려졌지만 지방행정구역개편문제는 앞으로 밀도있게 검토해야 한다. 이번 여야합의에서 오는 7월 국회에 지방화 특별위를 설치키로 한 만큼 현행3단계의 행정계층구조를 2단계로 조정하는 문제는 국민생활의 편의와 국가발전이란 대국적 견지에서 논의·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 정국의 큰 걸림돌이 제거된 이상 여야는 오는 6월 4대지방선거가 유례없이 공정하게 치러질 수 있게 함은 물론 나눠먹고 배급주는 식의 공천이 아니라 참다운 지방의 일꾼을 내세우는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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