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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트로 무슨바람 불었나/서방국으론 사실상 처음 불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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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트로 무슨바람 불었나/서방국으론 사실상 처음 불 방문

입력
1995.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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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대신 양복입는 파격적 행보/경제난·외교고립벗기 시도 분석 쿠바의 「외로운 독재자」 피델 카스트로가 13일 서방의 심장부중 한 곳인 프랑스 파리에 왔다. 그의 방문에 특별한 현안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관심을 끄는 것은 그의 서방나들이 자체가 아주 희귀한 것이기 때문이다. 집권 36년째인 그가 그동안 서방을 방문한 것은 단 2번이었다. 84·92년 스페인을 방문한게 전부인데 스페인은 쿠바의 과거 식민종주국인 특수관계국이다. 따라서 그의 프랑스 방문은 그가 사실상 처음으로 서방국가에 정식데뷔한 하나의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카스트로는 이날 도착직후 프랑수아 미테랑대통령의 부인인 다니엘 미테랑여사와 함께 아침을 들었다. 이어 미테랑대통령과 엘리제궁에서 오찬회동을 갖고 프랑스 하원을 방문했으며 유네스코본부에서 연설했다.

 그는 3일간 방문일정중 프랑스 경제인들과 만나 경제협력을 논의하고 지방도 시찰할 예정이다.그의 프랑스방문은 파리에 본부를 둔 유네스코의 초청에 의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미테랑의 호의로 영빈관에 묵으며 마치 프랑스를 공식방문한 것처럼 활동하고 있다.

 카스트로가 파리를 방문할 수 있게된 것은 미테랑부부와의 친분과 프랑스의 독자적이고 현실적인 외교노선 덕택이다. 미테랑은 20년전 사회당 당수시절에, 다니엘은 그동안 수차례 쿠바를 각각 방문한 적이 있다. 이번 방문은 다니엘여사가 지난 2월 아바나에 갔을때 추진한 것이다. 미국의 대쿠바제재를 항시 강도높게 비판해온 미테랑은 『쿠바를 국제적 고립에서 끌어내 세계의 조류에 합류시키는게 바람직하다』라며 카스트로의 프랑스 방문을 허락했다. 「프랑스 리베르테」라는 민간인권단체를 운영하고 있는 다니엘여사는 최근 인터뷰에서 『카스트로를 배척하는 것보다는 고무시키는게 낫다』고 말했다.

 카스트로는 이날 유네스코 연설내용의 대부분을 미국의 쿠바제재와 「미제국주의」에 대한 비난으로 일관했다. 그는 『미국은 중국과 교역하고 북한과도 협상하면서 쿠바는 아스피린 한 알도 수입할 수 없게 막고 있다』며 『미국의 제재는 어린이와 노약자를 희생시키는 범죄』고 비난했다.

 그의 프랑스방문을 모두가 따뜻하게 맞아준 것은 아니다. 르몽드지는 이날 쿠바의 인권탄압과 독재에 대한 기사, 쿠바에서 처형당한 반체제인사의 딸의 기고문을 실었다. 국영 「프랑스2」TV는 미국에 망명중인 카스트로의 딸을 생방송 인터뷰했다. 유네스코건물 주변에는 쿠바의 반체제난민단체와 프랑스 인권단체 회원들의 시위로 종일 어수선했다.

 카스트로는 냉전체제 붕괴이후 북한 김일성마저 사라져 국제사회에서 정치외교·경제적으로 거의 고립무원의 상태에 빠져 있다. 그의 이번 파리행보는 이같은 경제파탄과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한 작은 변화의 시작일 수 있다. 그는 파리도착후 트레이드마크격인 군복을 벗고 진한 푸른색 양복으로 갈아입었다. 한편 마이크 매커리미백악관대변인은 프랑스정부가 카스트로의 방문을 허용한데 대해 『프랑스정부가 카스트로에게 민주화 개혁과 인권존중을 요구하는 기회로 삼길 바란다』고 은근히 꼬집었다.<파리=한기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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