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초반의 여성이 아랫배가 아프고 고열이 있다며 응급실로 찾아왔다. 진찰결과 골반과 하복부의 심한 통증, 섭씨 38도의 고열, 빠른 맥박, 근육경직 등의 증상이 있었다. 부인과적 질환이 의심돼 물어보니 며칠전 남자친구와 성관계를 가졌고 그후 냄새나는 분비물이 나왔다는 것이다. 질분비물에 대한 세균검사결과 임질균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또 다른 골반염증성질환 케이스는 결혼한지 3년이 지나도록 아기가 없어 병원에 찾아온 20대후반의 주부였다. 검사결과 배란기능이나 남편의 정액에는 이상이 없었으나 자궁을 촬영해보니 양쪽 난관이 막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는 결혼후 가끔 아랫배에 통증이 있었으나 심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복강경검사로 자세히 검사한 결과 양쪽 난관의 끝이 막혀 있었으며 액체덩어리(난관수종)가 보였다.
이처럼 여성의 하부생식기에는 각종 세균이 잘 침입한다. 이를 골반염증성질환이라고 하는데, 골반염증성질환에 한번만 걸려도 후유증이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보통 세균은 난관으로 침입하지만 자궁과 난관이 구조적으로 인접해 있어 난소와 골반 복막으로까지 쉽게 퍼진다. 성접촉으로 전파될 수 있는 대표적 원인균은 앞서 밝힌 것처럼 임질균이다. 임질균은 난관을 손상시켜 생식기능을 파괴시킨다.
골반염증성질환의 주요증상은 골반및 하복부의 심한 통증과 근육경직이며 골반안에 농양이 발생하면 고열과 통증이 지속되기도 한다. 질경검사로 자궁경부의 분비물을 진단할 수 있으며 확실한 진단을 위해선 복강경검사를 해야 한다. 검사결과에 따라 원인에 맞는 적절한 항생제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치료원칙이다.
골반염증성질환이 급성에서 만성으로 진행되면 난관이 주위조직에 둘러싸여 유착될 수 있고 난관끝이 폐쇄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골반의 만성통증 혹은 불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질병이 진행되면 진찰해도 이상을 발견하지 못할 경우도 있다. 질환의 경과를 지속적으로 관찰하여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도 심한 통증이 지속되면 수술을 해야 한다.<이효표·서울대의대교수>이효표·서울대의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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