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 사나이세계 그린 「리오 브라보」 대표작 하워드 혹스(HOWARD HAWKS·1896∼1977년)는 감독 생애 40년간 40여편의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만들었다. 그가 유유자적하는 스타일의 서부영화 「리오 브라보」(RIO BRAVO·59년·워너브러더스 작)를 감독하게 된 것은 냉소적이고 심각한 웨스턴 「하이 눈」에 대한 반발때문이었다.
악당과의 대결이 두려워 동네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러 다니던 「하이 눈」의 보안관 윌 케인(게리 쿠퍼)이 못마땅하기 짝이 없었기 때문이다.
혹스는 이에 대한 반발로 존 웨인등 정의로운 몇명이 수십명의 무법자를 박살내는 「리오 브라보」를 감독(제작겸)한 것이다. 이 영화는 미·멕시코 국경지대의 작은 마을 리오 브라보를 무대로 간단한 플롯에 낯익은 인물들이 나오는 통상적인 웨스턴이다.
하지만 빅 스타들의 야단스런 연기와 콩튀듯 요란한 총격전, 서스펜스와 유머, 사나이들의 우정과 의리, 로맨스와 노래까지 곁들인 최고급 오락영화이다.
리오 브라보의 존(존 웨인)과 마을의 실력자인 사악한 목장주 네이산 일당의 대결이 중심 플롯이다. 존을 돕는 것은 이가 빠지고 한 쪽 다리를 저는 까다로운 노인 스텀피(월터 브레난)와 총 잘 쏘는 알코올중독자 듀드(딘 마틴), 새파랗게 젊은 직업 총잡이 콜로라도(리키 넬슨)등 불과 3명.
수십대 1의 열세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이들 4명과 네이산 패거리간의 적대감이 절정에 이르고 장총과 권총이 불을 뿜고 다이너마이트가 굉음을 내면서 악인은 모두 지옥으로 간다.
신나는 액션에 곁들여 수줍음을 잘 타는 존과 술집의 아름답고 도전적인 댄서 페퍼스(앤지 디킨슨) 사이에 은근한 로맨스까지 꽃핀다. 혹스는 딘 마틴과 리키 넬슨이라는 두 가수를 십분 활용하기 위해 두 사람의 노래를 삽입한 이색적인 웨스턴을 만들었다.
둘이 합창하는 「나의 장총, 나의 조랑말 그리고 나」는 금방 따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멜로디가 흥겹고 쉬워 우리나라에서도 크게 유행했다.
꾸밈없는 대중오락의 제조자요 얘기꾼이었던 혹스는 위험한 모험과 액션을 좋아했다. 10대 때부터 자동차 경주선수로 활약했고 공군조종사로 1차 대전에 참전했던 경험 때문이다.
그는 불굴의 의지로 역경과 위험을 극복하는 사나이 무리를 즐겁게 다뤘는데 「리오 브라보」도 이 범주에 속한다.
그러나 혹스가 제일 잘 만들었던 것은 코미디였다. 특히 속사포처럼 빠른 주인공들의 대사가 서로 겹치는 원기왕성한 스크루볼 코미디에 뛰어났다. 「20세기」 「아기 키우기」 「그의 여비서」등이 그런 영화들이다.
혹스의 남자주인공들도 용감했지만 여자들도 도도하고 의기양양했다. 갱영화「스카페이스」의 앤 드보락, 코미디 「불덩이」의 바버라 스탠윅, 웨스턴 「붉은 강」의 조앤 드루등은 남자 못지않게 씩씩한 여자들이다.
혹스는 카메라 테크닉을 피하고 검소하고 직선적이며 군더더기 없는 영화를 만든 철저한 프로였다. 『나는 분석하지 않고 그저 영화를 만들 뿐』이라고 말했다.
주도면밀한 구성과 효과적 연출에 탁월했고 창조적인 사람들을 반복 활용했는데 존 웨인과 케리 그란트가 그의 단골이었다. 후반에 들어서 플롯보다는 도덕적·사회적 문제를 생각하는 인물묘사에 주력했다.
74년에 아카데미 특별상을 받은 그의 마지막 작품은 「리오 브라보」로 시작된 웨스턴 3부작인 두 작품 「엘 도라도」와 「리오 로보」였다.<미주본사 편집국장대우>미주본사 편집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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