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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안보」회의의 성과(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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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안보」회의의 성과(사설)

입력
1995.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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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변화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 낸다. 제2차 대전이 끝난뒤 세계는 냉전(OLD WAR)이란 동서양극체제 속에서 살아왔다. 열전에 대한 반대개념이었다. 실로 50년동안이나 지속되어 온 공산주의와 자유진영간의 정치이념의 갈등이자 군사적 대결이었다. 그 숨통막히는 냉전체제가 끝나고 나면 경제적 사회적 발전을 구가하는 진정한 평화가 올 것이라고 다들 기대해 왔었다. 그러나 그 기대는 빗나갔다. 차가운 평화(COLD PEACE)라는 새로운 용어가 등장할 정도로 세계는 오히려 더 큰 정치적 분열과 사회적 불안정에 시달리고 있다. 오랫동안 고대해 왔던 사회적 조화와 풍요 대신 빈곤과 실업·범죄·환경파괴등으로 사회적 분열과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냉전체제에서는 국가간의 전쟁위험이 평화와 안보를 위협해 왔지만 지금의 냉화체제에서는 그동안 잠재해 왔던 사회적 불평등에서 오는 국내분쟁, 사회적 갈등요인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탈냉전시대의 안보의 개념은 이제 군사력이나 외교력으로 지키는 영토안보나 국가안보가 아니다. 「개발에 의한 개인과 국민의 안보」 즉 「인간안보」로 바뀌고 있다.

 새로운 개념의 용어로 등장한 「인간안보」는 한마디로 삶의 질을 높이자는 뜻이다. 음식·주택·물·의료·교육등 최소한의 기본생활이 보장되고, 인권·민주주의·참여·법의 지배등이 확립되고, 기본적 고용과 소득의 확보, 공해 오염의 방지, 다양한 문화 종교 인종의 인정, 범죄 사고로부터의 예방등이 그것들이다. 바로 지구촌의 공동과제다.

 한국의 김영삼대통령을 비롯하여 1백84개국 정부대표가 참석한 코펜하겐의 유엔사회개발 정상회의가 다루어 온 문제도 바로 이것이다. 지난 6일에 열려 12일 폐막되는 이 회의는 10개항의 공동선언과 그에 따른 실천계획을 채택함으로써 국가안보나 경제개발에 밀려 등한시되었던 사회개발 「인간안보」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시키는데 성공했다. 그 의의를 과소평가할수 없다. 다만 구체적인 실천계획이 미흡한데는 아쉬움이 남는다.

 공공개발 원조의 20%를 사회서비스 개선에, 이 원조를 받는 수혜국은 예산의 20%를 사회개발비에 배정하자는 이른바 20·20계약원칙이나 아프리카등지의 후진국 부채 탕감문제가 이번 회의의 가장 큰 관심사였는데 「노력한다」 「사안별 쌍무협정으로 해결한다」는 식으로 얼버무리고 말았다. 환경 인권문제등에서도 선진국과 후진국간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구체적인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번 회의에서 김대통령이 저개발국가에 대한 원조를 늘리겠다고 약속한 것이나 빈곤퇴치에 성공한 나라로 한국이 뽑혔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의 인간안보는 과연 만족할만한 수준에 와 있는가. 냉철하게 우리의 내부를 한번 살펴보고 솔직하게 반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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