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엔고 반사이익 챙기자”분주/일 “90엔지속 대비 신제품 개발”/독 “마르크강세 실업 양산”우려 ○…로버트 루빈미재무장관의 「강력한 달러정책」지지발언으로 9일 미달러화가 안정세로 돌아선 가운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소속 10개 선진국 재무관리와 중앙은행대표들은 내주 파리에서 긴급회동을 갖고 달러화 하락에 따른 공동대응책을 모색할 방침이다.
래리 서머즈미재무차관이 주재할 이 회의에선 최근 달러화 폭락배경과 주요국 금리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세계경제에 미칠 파장등이 집중 논의될 전망.
한편 최근 달러화 붕락원인중 하나로 지목됐던 멕시코의 페소화가 9일 또다시 사상최저치인 달러당 7.45페소까지 폭락, 겨우 진정국면에 들어선 세계금융시장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페소화는 이날로 연 5일째 하락세를 보였는데 외환시장에선 멕시코 중앙은행이 곧 페소화거래 중단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풍문이 나돌아 국제금융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멕시코의 이같은 금융위기는 결국 달러 약세를 부추기는 악재가 될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소니등 일본 가전업계는 엔고위기 타개를 위해 「달러당 90엔 시대」를 겨냥한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전략을 수립했다.
소니의 오소네 고조(대증근행삼)부사장은 『가전업체들이 엔고로 생산거점을 해외로 이전하고 있지만 이는 문제를 회피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임금이 다소 높더라도 일본국내의 생산거점에 집중투자하는 정공법을 택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엔고시대에서 살아남는 비결은 신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 개발과 제조기술뿐이라고 강조했다. 소니는 이와 관련, 광디스크에 대량의 데이터를 저장시킬 수 있는 디지털 비디오 디스크(DBD)와 지난해 후반부터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충전식 전지 「리튬이온전지」를 집중 개발할 계획이다.
○…최근 일본에선 「1달러짜리 라면」이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도치기현의 라면집 「신흥」은 지난 82년부터 라면값을 1달러로 고정해 왔는데 최근 엔환율이 급속히 떨어지면서 싼값의 라면을 즐기려는 손님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는 것. 주인 오치아이(낙합강우·35)씨는 지난 82년에만 해도 달러당 2백60엔대여서 다른 식당의 라면값과 별 차이가 없었으나 지난해 6월부터 달러당 1백엔밑으로 환율이 떨어지면서 손님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오치아이씨는 『다른 식당에서 평균 5백∼6백엔 하는 라면을 90엔이하로 팔아 손해가 크나 손님이 모여들어 그만둘 수도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일본업계가 엔고위기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미국업계는 이를 상품경쟁력 강화의 호기로 활용하는 방안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포드, 제너럴 모터스(GM), 크라이슬러등 자동차 3사의 경우 엔고 반사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확대 경영자회의를 개최하는등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미제조업체들은 해외시장에서 일본제품에 비해 자국 상품의 가격 경쟁력이 향상될 것으로 판단, 수익 증대를 잔뜩 기대하고 있다. 특히 컴퓨터·중장비·공작기계·자동차·전자·화학분야에서 반사이익이 클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46억9천만달러의 신규주문을 받아 15년만에 최고수준을 기록한 공작기계부문의 경우 올해도 달러약세에 힘입어 더욱 비약적인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독일 경제계는 달러약세로 마르크화 강세가 지속될 경우 상당수의 제조업체들이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전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귄터 알브레히트 독일 상공회의소소장은 『최근 수년간 외국인력 고용이 크게 늘었다』면서 『마르크강세가 지속되면 독일국민은 많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뉴욕·도쿄·베를린외신=종합>뉴욕·도쿄·베를린외신=종합>
◎「헤지펀드」란/거액핫머니로 전세계 공격적 투자/국제금융거래 70%이상 장악 “괴물”/조지 소러스 운영 「퀀텀사」대표적
최근 달러폭락사태와 관련, 단기성 투기자금(핫머니)을 굴리는 「헤지펀드(HEDGE FUND)」에 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헤지펀드란 쉽게 말해 개인이나 기관투자가들로부터 모은 돈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일종의 투자신탁이다. 헤지펀드는 수익이 나는 곳이면 세계 어디든 외환, 주식, 채권을 가리지 않고 공격적 투매를 한다. 세계금융계를 좌지우지하는 대표적 헤지펀드가 바로 조지 소러스가 운용하는 퀀텀펀드. 이밖에 전세계에 3천여개의 헤지펀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헤지펀드의 자체자금 규모는 세계적으로 약5백억달러가량. 하지만 은행으로부터 투자자금을 빌리기도 하고 구입한 채권을 다시 담보로 해 투자자금을 부풀린다. 이같은「지렛대 효과」를 감안하면 이들 헤지펀드가 운용할 수 있는 투자규모는 수천억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따라서 이들 헤지펀드가 선물 옵션 스와프등 파생금융상품을 이용해 공격적 투기를 할 경우 국제환시장이 들썩거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매일 1조달러가 거래되는 국제금융시장 거래량의 70%이상을 이들이 장악하고 있다.
미국·일본·유럽의 중앙은행이 시장개입에 나서고도 달러하락을 막지 못한 것도 이같은 헤지펀드가 움직이는 핫머니가 단번에 최고 6백억∼7백억달러씩을 매각하는데, 서방의 중앙은행이 달러매입에 동원한 금액은 기껏해야 15억∼20억달러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뉴욕 월가에서 지난 40년대부터 시작된 헤지펀드는 당초 여러 금융상품에 분산투자를 통해 위험을 회피하겠다는 게 설립목적이었지만 최근 들어선 세계금융시장을 위협할 정도로 무섭게 커버린 공룡이 되었다.<이상원 기자>이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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