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어머님상을 치른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조화 낭비가 정말 심각해요. 상가에 진열할 수 있는 조화는 10개로 제한돼 있는데, 그이상 들어온 꽃을 처리하는게 보통일이 아니예요. 우리집은 형제들이 많아서 직장·동창회등에서 공식적으로 보내주는 조화만도 상당해요. 몇년전 아버님상을 치를때 수십개의 조화를 처리하느라고 혼이 났기 때문에 이번에 상을 당하자 그때 꽃을 보내주셨던 분들에게 전화를 걸어 「조화사절」을 알렸는데도 여전히 많이 들어왔어요. 그런 낭비를 계속해서는 안되잖아요?』
큰 병원의 영안실에 빈소를 차린 가족들은 더 어렵다. 단속원이 쉴 새없이 빈소를 돌면서 조화숫자를 감시하기 때문에 10개가 넘을 때는 보낸이의 이름이 적힌 리본을 떼고 곧장 치워야 한다. 병원창고에는 쫓겨나온 조화가 가득하다. 적어도 몇만원이상 주었을 꽃들이 빈소에 진열되지도 못하고, 쓰레기 신세가 된다.
결혼식, 각종잔치에서의 축하꽃들도 마찬가지다. 꽃들은 30분, 또는 한두시간 행사를 빛내준 후 폐기처분된다. 요란하게 만든 거대한 꽃장식은 꽃바구니나 꽃다발처럼 들고갈수도 없다. 장소에 따라서는 꽃들을 쓰레기로 치우는 비용을 따로 받기도 한다. 꽃을 보낸 이들의 정성은 덧없이 묻히기 쉽다.
결혼식장을 장식하는 꽃은 하루에 여러쌍이 식을 치를 경우 꽃을 계속 사용하고 비용을 나눠낼 수도 있지만, 예식장들은 그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각자 새꽃을 사용하는 비용을 물어야 한다. 자녀의 결혼식을 치르며 많은 어머니들은 이런식의 낭비를 안타까워 하고 있다.
조화·축화보내기를 법으로 금할수는 없다. 지금처럼 숫자를 제한하는것도 사실은 문제다. 그러나 빈소에 도착하자마자 리본을 떼내고 곧장 쓰레기로 실려나가는 조화, 행사장에 한시간 서있다가 폐기처분되는 축화에 대해서는 사회적인 논의가 있어야 한다. 적지않은 돈을 내고 꽃을 사서 상가나 행사에 보내면서 그 꽃이 어떤 대접을 받게되는지 신경을 안쓰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태도다. 회사나 동창회등 공금으로 꽃을 보내는 경우에도 무조건 꽃을 보내야할지 재고해봐야 한다.
꽃을 공급하는 측에서도 바람직한 꽃문화를 만들어 가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 2단 3단 4단으로 자꾸만 키가 커지는 꽃장식은 비싼값을 받을수 있고, 보낸이의 이름을 잘 보이게 하는 이점이 있으나, 너무나 보기 흉하다. 처리도 힘들고 쓰레기도 많이 나온다. 조촐하고 예쁜 꽃바구니를 공급하여 일상생활속에서 꽃의 소비를 늘리려는 운동을 해야한다. 전체적으로 꽃의 소비량은 늘었으나 꽃을 꽃답게 소비하는 문화가 자리잡지 못한 것은 유감스럽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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