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원이 중심을 못잡고 있다. 지난달에는 한국은행법 개정을 추진하다외부와 심한 마찰을 일으키더니 이번에는 전셋값안정대책을 놓고 집안싸움이 한창이다. 재경원의 집안싸움은 지난 8일 이근경세제심의관이 기자실을 찾아와 전날 물가대책차관회의에서 발표한 전셋값안정대책을 유보하겠다고 밝히면서 표면화했다. 이석채재경원차관의 주재로 열린 이 회의에서는 전셋값안정을 위해 주택임대사업자 요건을 5가구에서 2가구로 완화하고 양도세와 지방세를 감면키로 했었는데 이심의관은 하루만에 『이 경우 양도세제가 붕괴되고 주택의 과다보유를 유발, 투기를 부채질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뒤집어버린 것이다. 당초 이 대책을 추진했던 국민생활국등 물가담당 관계자들은 『물가안정을 위해서는 전셋값안정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할 뿐 세제실의 번복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말투에는 『언제 한번 걸리기만 해봐라』며 세제실을 그냥 두지는 않겠다는 기색이 엿보인다.
이번 사태를 일부에서는 재경원내의 정책대결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경제차관회의에까지 상정하는 안건을 국민생활국과 세제실등 관련부서가 내부협의도 하지 않았으며 차관회의에서 결정된 내용을 세제실이라는 「일개 실」이 하루만에 「거부」할 수 있었다는 전후과정을 보면 강변에 지나지 않는다. 내부적 정책대결은 바람직하지만 국민을 상대로 조령모개식으로 대결을 벌이는 것은 정책대결이라기보다는 집안싸움이며 『정책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 이번 충돌이 경제기획원 출신(국민생활국등)과 재무부 출신(세제실)사이에 쌓였던 앙금이 노골화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인 것도 이 때문이다. 어쨌든 이번 사태로 정책의 신뢰성에 흠집이 난 것은 물론 경제기획원과 재무부의 통합으로 「1+1=3」의 「시너지효과」를 거두자는 정부조직개편의 취지도 퇴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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