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고가판매」이원적 유통전략 주효/작년 매출 640억엔… 폭발적 증가 『와이셔츠나 스웨터를 파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제는 일본인들의 욕구를 미리 파악해 이에 맞는 상품을 제공해야 합니다』 도쿄(동경) 한 복판인 도라노몽(호문)에 있는 선경저팬(주) 도쿄지점(본사격)관계자들의 일치된 얘기이다.
벽이 두껍고 높기로 유명한 일본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선경저팬이 수립한 전략중의 대표적인 것이 「일본 산업구조 변화에의 적극적 대응」이다. 유통구조 단축(파괴)과 생산기지 해외이전등의 구조변화에 능동적으로 맞서 해외 조달을 확대하고 소비자에게 밀착된 판매를 하자는 것이다.
일본을 휩쓸고 있는 유통구조 파괴는 수입상―도매상―소비자로 연결되던 유통과정을 대형 도매상이 직접 수입해 판매하는 구조로 급격히 변화시키고 있다. 이때문에 과거처럼 단순한 「무역상」의 기능만으로는 앞으로 살아남기 힘들게 됐다는 것이 선경저팬의 판단이다.
『일본은 세계의 압력도 있어 수입을 크게 늘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수입품을 일본 소비자들에게 정확히 안겨주기 위해서는 하부 유통기능에 어떻게 접근하느냐가 핵심입니다』라고 선경저팬측은 강조한다. 이에 따라 선경저팬이 세운 전략은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최근 번창하고 있는 대도시 교외의 대형 점포인 「로드사이드숍」과 직접 거래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고가·고품질 제품의 경우 고급 백화점이나 전문점을 통하자는 것이다.
선경저팬 관계자들은 일본에 들여와 파는 상품이 반드시 한국 제품에만 국한되어서는 현지법인을 세운 의미가 없다고 강조한다. 한국 제품은 국내 인건비 상승등으로 예전처럼 가격 경쟁력을 갖기가 힘들기 때문에 보다 안정된 공급처 확보가 중요한데 이를 위한 것이 해외 조달 확대다.
고급품이나 시급히 조달해야 하는 물품등은 한국에서 들여오고 중국 및 동남아등에서는 의류 신발 자전거 가방등 값싼 물건을 가져와 일본시장에 풀어 놓는다는 전략이다. 의류의 경우 지난해 약80억달러어치를 들여왔는데 한국으로부터가 30억달러어치고 나머지는 중국등으로부터였다. 그래서 선경저팬 직원들의 출장은 서울보다 중국이나 동남아 쪽이 훨씬 더 많다. 선경저팬 직원들의 표현대로 『시장에 국경이 없어진 것』이다.
선경저팬이 힘을 쏟고 있는 또 하나의 분야는 「현지밀착 경영」이다.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이 전략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회사내에 일본의 상관습과 문화 역사 생활습관등을 연구하는 각종 모임을 조직해 운영하고 있으며 일본인 전문인력을 대폭 채용하고 있다.
총직원 80명중 서울에서 파견된 주재원은 25명이고 나머지는 현지인이다. 최근에는 일본 대기업 출신인 야마다 무네가스(산전종일·59)씨를 전무로 영입했다. 일본에서 장사를 하려면 무엇보다 일본적 마인드가 필요한 것이고 여기에는 일본기업 출신이 적격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 69년 도쿄사무소로 출발한 선경저팬은 81년 주식회사로 전환했으며 매출액은 93년 5백31억엔에서 94년에는 6백40억엔으로 증가했다. 도쿄에 본사를, 오사카(대판)와 후쿠오카(복강)에 지점을 두고 있고 삿포로(찰황)에 사무소가 있어 일본 전국을 샅샅이 훑고 있다.<도쿄=이상호 기자>도쿄=이상호>
◎최성일 도쿄지점장(인터뷰)/“일시장개척 엄청난 인내 필요/일단 뚫으면 매우 안정된 시장”/셔터납품위해 견본검사 3차 도전/철저한 비즈니스 마인드가 지름길
『일본시장만큼 해외시장 개척에 있어 한국인 특유의 은근과 끈기가 요구되는 곳도 없을 것입니다』 선경저팬(주) 도쿄(동경)지점 최성일(42)지점장의 체험적 결론이다.
일본시장은 매력적임이 틀림없다. 1억2천만명에 이르는 인구가 비교적 고른 소득수준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다 일본은 앞으로 상당 기간 수입을 늘려야 한다.
하지만 일본만큼 뚫고 들어가기가 힘든 시장도 드물다는 것이 우리 기업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장벽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지역 전문가인 최지점장의 분석은 우선 피부에 와 닿는다.
그가 들려주는 상담사례는 우리 기업이 일본시장에 진출할 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선경저팬은 지난 92년 중반 일본 셔터업계 상위에 속하는 한 기업을 방문, 수개월에 걸친 상담 끝에 93년초 1차 견본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물량은 30만엔어치 정도에 불과했으나 10가지 검사중 한가지에서 미비판정을 받아 불합격했다.
그로부터 3개월후 1백50만엔 상당의 물량 납품을 위한 2차 검사를 받게 되었는데 그 때에는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5천회의 셔터 개폐실험이 실시되어 페인트가 일부 벗겨졌다는 이유로 또 다시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선경은 이에 물러서지 않고 다시 도전, 지난해말 3차 견본 물량을 납품해 현재 검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최지점장은 『일본시장 개척에는 아무리 적은 물량이라도 엄청난 인내가 요구된다. 하지만 일단 개척되면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시장의 대표적인 특징중의 하나가 한번 정착하면 미국보다 더 안정적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어려울 때 서로 도와주는 좋은 관습이 있어 가격이 조금 싸다고 다른 거래선으로 갑자기 선회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일본은 주문 물량도 적고 검사가 까다로워 어려운 시장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비즈니스는 약속이니 만큼 먼저 약속을 지키는등 철저하게 비즈니스 마인드로 접근하면 얼마든지 가능한 시장입니다』라고 강조했다.<도쿄=이상호 기자>도쿄=이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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