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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속 한인상가 「오사카 쓰루하시시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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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속 한인상가 「오사카 쓰루하시시장」을 가다

입력
1995.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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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한복 사세요”남대문 온듯//점포200개 올망졸망… 60% 동포가 운영 오사카(대판)의 상징인 오사카성에서 전철로 10분 거리에 쓰루하시(학교)라는 역이 있다.

 여기서 내려 출구를 빠져 나오면 마치 전형적인 한국 재래시장 한 복판에 서 있는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사방으로 어지럽게 얽혀있는 골목들중 하나에는 치마 저고리를 파는 상점과 김치 나물등 한국식 밑반찬 가게등이 즐비하고 다른 한쪽 골목에서는 불고기굽는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오사카의 대표적 한국인 상가인 쓰루하시 시장 모습이다.

 이곳에 한인들이 모여 장사를 시작한 것은 해방직후부터. 전쟁중 폭격으로 폐허가 된 곳에 한인들이 보따리를 풀어 노점상을 열었다. 이곳은 교통이 편리해 한인뿐 아니라 중국인 일본인들도 모여들어 70년대까지만 해도 「국제시장」으로도 불렸다.

 노점상은 곧 간이천막으로 변했고 지금은 어엿한 가게모습을 갖추고 있지만 아직도 5층이상의 건물은 찾기 힘들다. 20여년전부터 재개발계획이 추진됐지만 상인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이제는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그래서 근대적인 시장모습은 아니지만 그래도 목이 좋은 곳은 반찬가게의 경우 하루 매상고가 1백만엔이 넘고 한복집은 연간 매상고가 5억엔에 달한다.

 이 시장이 우리와 인연이 깊은 것은 한인들이 많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곳이 본격적으로 시장으로 번성하게 된 계기는 아이러니컬하게도 6·25전쟁과 그 후 조총련계 교포들의 북송이었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양복지와 생필품등의 수요급등을 가져왔고 북송교포들은 이곳에서 북한에 가져갈 물품을 구입했다.

 현재 이곳의 점포수는 2백여개로 이 가운데 60%를 재일동포들이 운영하고 있다. 동포 상인들이 이 곳을 고려시장이라고 이름붙인 것이 당연하다. 이들 가게중 김치가게의 원조임을 자랑하는 고베상회는 2대째 대물림을 하고 있다.

 해방전에는 구두를 주로 취급했으나 해방후 김치로 바꾸었다. 김치 깍두기 명란젖 고추장 멸치볶음등을 집에서 만들어 내와 인기가 높다.  이 가게 주인 강성도(78)씨는 『지금은 며느리가 이어가고 있고 계속 대를 물릴 예정』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아직은 한국인이 주로 찾아오지만 일본인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곳 상점들은 의류 구두 보석 식품점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나 역시 가장 많은 것은 김치등을 파는 식품점이다. 식품점들이 늘어선 골목 옆에는 쇠고기 돼지고기를 파는 정육점도 몰려 있다.

 앞으로의 과제는 이 지역을 정식으로 「코리안 타운」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동포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재일동포들이 참정권을 인정받고 자신들의 마을을 구성하면 우선 손님이 더 많이 올 것이라는 소박한 바람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일양국 서민들간의 진정한 화합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생각이다.<오사카=이상호 기자>

◎한복점 「신흥상회」운영/안용웅 씨/“한번입으면 쉽게 못잊죠”/한벌에 10만엔대… 대여가 더인기/직접 지어입기 사라져 안타까움

 일본내에서 한복을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곳중의 하나가 오사카(대판)의 쓰루하시 부근이다. 지하철 역을 나서면 한쪽 골목은 거의 전부가 치마 저고리를 파는 상점으로 가득 차 있다.

 「신코(신흥)상회」라는 대형 한복점을 경영하고 있는 안용웅(47)씨도 이곳에서 30년 넘게 한복을 만들어 왔다. 안씨가 이 가게를 시작한 것은 지난 60년. 처음에는 옷감만을 취급했으나 재일동포사회에서 한복이 점차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워 직접 만들기로 했다.

 『한복은 김치와 비슷하다고 봅니다.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 음식만을 먹고 자랐다 하더라도 어느 날 갑자기 김치를 먹어 보고는 그 맛을 못잊는 것이 우리 동포들입니다. 한복도 한번 입어 보면 쉽게 벗어 버릴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한복가게는 크게 인기를 끌어 지금은 한복과 이불 판매점 등 모두 6개의 가게를 거느린 체인점으로 발전했다. 가장 많이 나가는 종류는 치마 저고리. 한벌에 10만엔대로 가격이 조금 비싸다 보니 최근에는 대여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때문에 전통 혼례복을 중심으로 대여 전문점을 새로 개설했다. 재일동포들은 결혼식이나 성인식등 특별한 날에는 한복을 즐겨 찾아 현재 이곳에는 비슷한 상점이 20여개나 성업중이다.

 그러나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중국등에서 들어오는 저가품이 그 대표적이다. 안씨는 일본의 한 대형 의류점이 만들어 시장내에 뿌린 팸플릿을 가리켰다. 비슷한 물건을 시장 판매가격의 절반이하로 판다는 내용이었다. 『중국등에서 들어 온 싼 옷감으로 한복을 만들 경우 값은 싸게 할 수 있으나 옷의 품위가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안씨는 또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해도 집에서 한복을 지어 입을 줄 아는 동포들이 완전히 사라져 버린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또한 김치와 비슷하다는게 안씨의 생각이다. 안씨는 『김치가게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동포들이 직접 집에서 담궈 먹지 않고 있는 이유가 큽니다. 한복집도 그와 비슷한 까닭으로 번창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라고 이국땅에 사는 한국인으로서의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오사카=이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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