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하오 거의 대부분의 정부부처와 정부투자기관의 업무가 마비됐다. 국장급이상 간부들이 모두 여의도로 달려갔기 때문이다. 일부 부처는 간부진들이 아침부터 국회의 호출을 받아 하루 종일 자리를 비워야 했다. 각 부처의 간부진과 정부투자기관의 경영진을 포함해 이날 상임위의 참석요구를 받고 국회로 달려간 사람은 대략 4백여명선. 그러나 이들은 모두 국회의원들의 몸싸움때문에 열리지도 않은 국회에서 시간만 허비했다.
국회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의원입후보자의 정당공천 배제여부를 둘러싸고 여야가 전날 밤부터 몸싸움을 벌이고 있는 상황으로 미뤄 이날 상임위를 열 수 없다는 것을 예상했으면서도 공무원들의 상임위출석을 요구했다.
여의도로 달려간 공무원들은 상임위개회시간으로 예정된 하오2시 여의도에 도착하자 상임위가 열리지 않는다는 통보를 받고 맥없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일부 공무원들은 상임위가 상오10시에 열릴 것이라는 연락을 받고 아침부터 여의도에서 서성거려야 했다. 상임위가 열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조금이라도 미리 알려줬더라면 이들의 헛걸음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국회의 행정부 경시풍조는 물론 어제 오늘의 얘기만은 아니다. 국회의원들로부터 각종 청탁이나 압력을 받기 일쑤고 그때마다 싫든 좋든 의원들의 부탁을 외면할 수 없어 난처한 입장에 빠지곤 했다. 국회의원들의 잡다한 자료요청에 만사를 제쳐두고 밤을 지새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공무원들은 국회가 제 할일 다하고 그러면 몰라도 제 앞가림도 못하면서 행정부를 시중꾼쯤으로 여기는게 못마땅하다.
이날 헛걸음하고 돌아온 한 고위 공무원은 『또 정치쇼에 동원됐다』고 푸념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세계화가 안된 분야로 정치가 꼽히는 이유를 국회의원들은 알기나 하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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