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열렸다 하면 국민은 불안하다. 문제를 해결해야 할 국회가 거꾸로 문제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가 국민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국회를 걱정하게 된 것이다. 이번 국회 역시 예외가 아니다. 예외가 아닌 정도가 아니다. 도가 지나쳐도 한참 지나쳤다. 해괴망측한 모습이다. 전에 볼 수 없던 기현상이 벌어졌다. 과거에는 해프닝이 일어나도 의사당 안에서 있었는데 이번에는 의사당을 떠나 밖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것도 서울을 벗어나 여수 속초등 멀리 떨어진 지방에서까지 부끄러운 정치쇼가 연출되었다.
국회의장과 부의장이 자택에서 민주당 의원들에 의해 연금되다시피하고 국회 내무위원회의 위원장과 간사가 지방으로 끌려다니는 사태를 보고 국민들은 한숨밖에 나올게 없다.
민주당은 민자당의 변칙 전격처리를 사전 봉쇄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라고 하지만 이건 너무 심하다. 의사당안에서 토론한번 제대로 안해보고 이렇게 실력행사부터 하고 보자는 식은 해도 너무한다는 소리를 들어 마땅하다. 이런식으로 정치를 하는 나라가 세계 어디에 또 있을까. 세계화라는 구호 앞에 너무나 창피한 꼴이다.
운동경기가 정해진 장소에서 엄격한 규칙에 따라 진행되어야 하는 것 처럼 정치 역시 질서와 규율을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다. 그러나 지금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있는 우리 정치판은 너무 혼란스럽다. 도무지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무질서 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감정을 가라앉히고 이성을 찾아야 할때다. 민주당은 의사당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토론과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해결을 모색해야 한다.
일이 어렵게 꼬일수록 상식과 정도를 쫓아야 한다. 우선 민주당이 장내로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 순리다. 그다음 민자당과 대화를 해야한다. 협상자체부터 거부하는 자세로는 문제가 풀릴 수 없다. 강경 대응은 또다른 강공책을 불러오기 쉽다.
민자당도 너무 쉽게 결론을 내리려 하지말고 대화의 노력을 더욱 기울여 야당의 소리도 경청할줄 아는 아량을 가져 달라고 말하고 싶다. 야당의 극한투쟁에 변칙처리말고 다른 수단이 또 있느냐고 반문하고 싶겠지만 한번 더 생각하는 여유를 보여주었으면 한다.
밤을 새워가며 토론도 하고 협상도 하는 모습을 국민앞에 먼저 보여 주어야한다. 토론장을 떠나 바깥에서 새우잠을 자며 농성을 벌이는 구시대의 정치쇼는 이제 야당이나 여당 어느쪽에도 도움이 안된다.
새로운 정치문화로 국민의 박수를 받을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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