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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5.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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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굴지의 금융회사 베어링스그룹은 이제 거짓말 처럼 증발됐다. 파산선고가 내린지 8일만인 지난5일 화란의 인터나치오날레 네덜란덴 그룹(ING)에 의해 포괄 인수됐다. 인수가격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ING그룹은 아시아 월스트리트 저널지에 의하면 부채를 전액인수하는 조건으로 단돈 1파운드(1·6달러, 한화 1천2백80원)를 제의했다는 것. ◆베어링스그룹은 설립된지 2백33년 되는 영국 최고의 민간금융기관으로 25개국 55개지점에 4천여명의 임직원을 뒀던 세계적 회사다. 미국역사보다 오랜 이 그룹은 미국정부가 프랑스로부터 루이지애나주를 매입할 때 금융을 제공하기도 했고 현대에 와서는 영국여왕을 고객으로 모실 정도로 평판이 높았었다. ◆베어링스그룹 파산에 대한 충격과 의혹은 어떻게 해서 이같은 거대한 기업이 닉 리슨같은 한 직원에 의해 무너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베어링스그룹에 적어도 10억달러(8천억원)의 손실을 입힌 선물투자가 당초에는 싱가포르지점 선물거래부장인 리슨의 임의에 의한 것으로 전해져 세계의 금융회사마다 내부감독 강화의 계기를 마련해 준 것이 됐다. ◆그러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베어링스그룹 런던본사의 고위경영자들이 리슨의 무모한 투자를 알고 있었고 용인까지 했다는 것이 드러나고 말았다. 싱가포르증권거래소가 이를 공식 발표했다. 베어링스사의 재무담당이사가 파산선고가 나기 이전인 지난 2월8일 리슨의 2백70억달러상당의 선물거래에 대한 회사의 결제책임을 재확인해 줬다는 것이다. 결국 베어링스그룹의 침몰은 개인이 아니라 그룹 그 자체의 책임이었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앨런 그린스펀 미연방준비위의장은 선물거래의 투자기법때문에 베어링스파산사태가 얼마든지 재연될 수 있다고 했다. 내·외부의 감독강화와 건전경영만이 차선의 방지책이 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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