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인물의 드라마화는 쉽지 않다. 너무나 잘 알려져 있어 새로운 맛이 적다. 그렇다고 극적 흥미를 위해 허구를 지나치게 집어 넣을 수도 없다. 새로운 평가나 업적을 강조하면 과장으로 비쳐지고 인간적인 면을 부각시키면 소재에 비해 메시지가 약해진다.
KBS 창사특집극 「땅울림」(2TV·1일 하오9시50분 방영)은 이같은 고민을 염두에 두면서 제작한 흔적이 곳곳에 배어 있다. 새로운 사실을 제시하고 인간적인 고뇌를 적절히 보여 주기 위해 절제와 진지함을 발휘했다.
「땅울림」은 지금까지 알려진 김정호와 대동여지도에 대한 평가가 과연 타당한가 하는 의문에서 출발했다. 조선총독부가 발간한 조선어독본에 나와 있는 국가기밀누설죄에 의한 옥사설이나 전국실측 답사의 초인설이 우리의 조정이 무지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식민사관에서 나온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이 3·1절과 겹쳐 김정호에 대한 보다 인간적인 접근과 그의 참뜻을 담아 보려는 동기로 나타났는지 모른다.
이 드라마는 대동여지도 제작 당시의 상황과 노력, 그리고 비극적 생애가 서로 욕심내지 않고 하나로 어울렸다. 김정호가 슈퍼맨도, 기인도 아니고 우리국토를 사랑하는 한 백성이었다는 접근은 뿌듯함을 안겨 주었다. 또한 이 산 저 산 다니며 기꺼운 마음으로 종이에 국토를 옮기는 모습은 숭고함을 느끼게 했으며 지도의 중요성과 올곧은 사용에 관한 그의 신념도 돋보였다.
국토사랑을 눈으로 보여준 영상미나 사료의 활용도 눈길을 끌었다. 어린시절 부분을 과감하게 잘라버리고 곧바로 주제와 연결된 지도제작의 동기부터 시작한 절제도 이 드라마의 장점일 것이다. 김정호역을 맡은 김영철의 요란스럽지 않은 성격·심리묘사도 리얼리티를 도왔다.
그러나 4계절을 영상에 담았다는 지나친 과시가 극의 진행을 흩트렸고 주변인물들의 연기자세가 소극적이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이대현 기자>이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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