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형상의 물체 쉽게 가공·용접 센서를 이용해 힘의 세기와 회전방향을 기억하는 촉각인식로봇이 국내 처음으로 선보였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기전연구부 박종오 박사팀은 사람의 쥐는 힘 등 촉각을 인식하는 로봇시스템을 개발했다고 6일 밝혔다.
박 박사팀이 파이프 생산업체인 유진금속(사장 이두근)과 공동으로 17개월간 3억원의 연구비를 들여 개발한 이 로봇시스템은 복잡한 형상을 띤 물체의 가공이나 용접에 쉽게 활용할 수 있어 적용분야가 무궁무진하다. 이 시스템은 특히 최근 신세대감각이나 패션화의 하나로 꼽히는 3차원 유선곡면의 가공제작에 효율적이어서 차세대 로봇시스템으로 불린다.
기존 유선곡면작업로봇은 미리 공간의 좌표를 일일이 프로그램에 입력시킨 뒤 좌표에 따라 움직이게 만들어 프로그램이 복잡할 뿐 아니라 움직임도 둔했다. 그러나 촉각인식 로봇시스템은 좌표 프로그램을 입력할 필요 없이 사람이 로봇팔을 잡고 움직이면 이동방향을 자동으로 기억한 뒤 이를 그대로 반복한다. 글씨를 처음 배우는 어린이의 손을 잡고 글씨 쓰는 법을 가르치듯 로봇에게 작업경로를 주입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이동속도가 프로그램입력방식에 비해 평균 3배나 빠르다. 여기에는 사람의 손이 가하는 힘과 회전력의 크기·방향을 각종 촉각센서가 정밀하게 감지하고 이를 다시 재연하는 설계기술이 이용됐다. 복잡한 형상의 가공을 로봇에게 지시할 수 있고 로봇작동에 익숙하지 않은 작업자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박 박사팀은 3월안에 복잡한 모양의 수도꼭지를 연마가공하는 공정에 촉각인식 로봇시스템을 투입, 처음으로 상용화할 예정이다. 주물로 만드는 수도꼭지는 형태가 워낙 복잡하기 때문에 좌표프로그램으로 표현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 공장자동화가 이뤄지지 못한 채 수작업으로 연마가공을 해 왔다. 수도꼭지 연마공정은 또 쇳가루가 많이 날려 작업자들이 기피해왔다. 그러나 이번 로봇의 도입으로 생산성 향상과 공장자동화를 이룰 수 있게 된 것이다.
박 박사는 『지금까지 로봇이 흉내 내온 인간의 지각은 주로 시각으로 시각센서를 이용한 로봇이 산업현장에 널리 쓰이고 있으나 2차원 유선형작업을 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면서 『이번에 개발된 촉각인식로봇은 복잡한 곡면가공이 필요한 산업분야에 널리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박사는 이번 촉각인식 로봇시스템을 개발한 데 이어 촉각인식기능을 가상현실(VR)에 적용, 로봇조종자가 촉각을 느끼게 하는 시스템을 연구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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