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의장 “내일쯤 해방될수 있나”/야 “전격급습에 저쪽 놀랐을것”/여 “국면전환 호기” 의원 24시간 대기령 통합선거법 개정안의 국회처리를 둘러싼 6일의 여야공방은 국회의장단의 「자택억류」, 내무위원장의 「지방격리」라는 헌정사 초유의 방법까지 동원되며 밤늦게까지 일촉즉발의 긴장감을 자아냈다.
▷의장공관◁
의장공관을 점거한 민주당의원들은 이날 자정을 넘겼다. 황 의장은 이날 하오 7시30분께 농성중인 민주당의원들과 저녁식사를 마친 뒤 『내일밤12시면 내가 해방될 수 있느냐』고 농담조로 묻자 민주당의원들은 173회 임시국회소집을 의식, 『이틀정도 해방시킨 뒤 한달동안 또 지겹게 보게 될 것』이라고 응수.
황 의장은 얘기도중 비서관의 쪽지를 받고 급히 나가 어디론가 통화를 했다. 민주당의원들이 통화상대를 묻자 『의원과 통화했다』고 했다가 『친구와 통화했다』고 번복했다.
이어 황 의장은 173회 임시국회 소집공고 제안을 비서가 가져오자 민주당의원들이 보는 앞에서 서명했고 이에 조홍규 의원은 『회기중에 국회소집공고를 낼 수 있는 지는 법적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이에앞서 민주당의원 20여명은 권노갑 신순범 부총재의 지휘로 이날 새벽 5시30분 단국대 정문에 모여 한남동 황락주 국회의장의 공관을 「기습」 했다.
민주당의원들은 마침 조깅을 나서는 황의장을 막고 『오늘은 공관밖으로 한발짝도 못나가니 들어가서 면담이나 하자』며 제지하며 황의장과 조찬을 함께 했다.
민주당은 민자당총무단이 이날낮 의장공관을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고 장경우 의원 등 9명을 증파했다. 이어 현경대 총무 등 민자당의원 8명이 하오 2시5분께 의장공관을 방문, 황 의장과 20여분간 면담을 가졌다. 권해옥 수석부총무 등 민자당총무단 4명이 이날 하오 9시40분께 공관을 찾아와 황 의장과 40여분간 요담했는데 『무슨 이야기를 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권 수석은 『감금된 의장을 위로하러 왔다』고 답변했다.
민주당의원들은 이들의 방문에 대해 『오늘 밤에 안건을 통과시키려고 무슨각본을 짠게 아니냐』며 총무단을 배웅하려는 황 의장을 현관앞에서 제지하는 등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부의장 자택◁
이한동 국회부의장의 염곡동자택에도 새벽 6시께 민주당의 유준상 한광옥 이부영 부총재 등 20여명이 파견돼 국회등원을 저지했다.
이 부의장은 이날 자택에서 성명을 발표, 『야당은 의장과 부의장에 대한 전례없는 불법적 물리적 감금을 해제하고 정상적인 국회운영을 위해 협력해주기 바란다』면서 『야당은 의회주의 원칙에 따라 즉시 대화의 장에 나와야 한다』고 야당측의 자세전환을 촉구했다.
▷민자당◁
단독강행처리에 부담을 느끼고 있던 민자당에 야당의 「장외실력행사」는 국면을 유리하게 반전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민자당은 이를 흐트러져 있던 내부전열을 가다듬는데도 적절히 활용했다. 수뇌부는 이날 심야까지 대책회의를 갖고 야당의 저지선돌파대책 및 향후 대응방안 등을 강구하느라 골몰했으며 소속의원들에게 24시간 비상대기령을 내렸다.
민자당의 분기는 이날 하오5시에 소집된 긴급의원총회에서 절정에 달했다. 현 총무가 흥분된 목소리로 『우리당 소속 내무위원장과 간사가 야당의원들에 의해 납치됐음이 분명하다』고 보고하자 의석은 순식간에 술렁거렸다. 『별일 다보겠다』『국회의원이 아니라 납치범이군』이라는 등의 얘기가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토론에서 강신옥 정필근의원 등은 「법과 검찰」을 동원토록 당지도부에 다그쳤다.
한편 이날 밤 10시30분께 서울 개봉동자택에 돌아온 김 내무위원장은 국회 현 총무방으로 전화를 걸어 여전히 야당의원들에게 감금돼 있다며 「구원」을 요청. 이에 현총무는 권해옥 수석부총무 등과 협의를 거쳐 이날밤 11시20분께 진상조사반의 함석재 김형오 의원과 오장섭 김해석 부총무를 김 위원장집으로 보내 경위를 파악토록 했다.
▷민주당◁
민주당은 이날 상오 총재단회의와 의원간담회를 잇따라 열어 여당의 날치기 저지를 위한 역할분담과 행동지침을 의원들에게 시달했다.
원내총무실은 황 의장공관, 이 부의장자택과 내무위 등의 상황변화를 수시로 점검하는 등 마치 전쟁터의 「작전사령부」를 연상케했다. 이에앞서 총재단회의에서 신기하 총무는 『5일밤 이기택 총재주재의 만찬에서 여당의장단봉쇄를 비밀리에 결정했다』면서 『전격급습에 저들도 놀랐을것』이라고 득의양양했다. 박지원 대변인은 김기배 내무위원장과 황윤기 민자당간사를 민주당의원들이 납치했다는 민자당측 주장에 대해 『김 위원장 등은 날치기의 악역을 맡기 싫어 자의반 타의반으로 따라 내려간것』이라고 일축했다.<이영성·유성식 기자>이영성·유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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