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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5.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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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은 실존하는 동물이 아니다. 신화적인 상상일 뿐이다. 뱀의 몸매,말의 털,물고기의 비늘,사슴의 발,개의 발톱등의 복합체로 그려져 있다. 기원전부터 중국인의 마음속에 간직되면서 부 귀 길 이의 상징으로 숭상해와 스스로를 「용의 문화」라 자처하기도 한다. 이 관습은 우리에게도 전해져 용꿈을 최대의 길몽으로 여기고 있다. ◆80년대중반 한국 홍콩 대만 싱가포르를 아시아의 4용이라 부르고 있을 때 홍콩대에선 이색적인 세미나가 열렸다. 주제는 바로 「용」. 이 때 발표에 나선 한 교수는 『용이 실존하는 동물이 아닐 뿐더러 모양 성질 빛깔까지도 수시로 변하고 있다가도 없어지기 때문에 연구의 가치가 없다』고 주장해 방청석의 폭소를 자아낸 적이 있다. ◆이들 4용이 세계경제에 영향을 줄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을 때 가장 긴장한 것은 바로 일본이었다. 그래서 당시 동남아에 진출한 일본기업인들 사이엔 이런 은어가 유행했다. 「용을 밟아죽이지 않으면 우리가 물려 죽는다」. 소름끼치는 구호였다. ◆80년대후반들어 한국을 제외한 세나라는 꾸준히 성장을 거듭했지만 우리만이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더구나 90년대들어 노동력부족,높은 임금,환경문제까지 가중되면서 불안은 더욱 가속화했다. 이 때 외국인들이 한국을 향해 한 말은 『용이 되려다 지렁이가 되고 말았다』는 혹평이었다. ◆미국의 권위있는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은 며칠전 이들 4용이 이제 신흥공업국을 졸업하고 제1세계에 진입했다고 논평했다. 그러면서도 외국자본 및 기술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고 대학의 수준이 낮으며 관료체제의 통제가 남아있음을 지적했다. 용은 모양 성질 빛깔까지도 수시로 변한다던 홍콩대세미나가 새롭고 강한 교훈으로 되새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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