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러시아 마피아소탕/범죄와의전쟁 선포/국영 TV사장피살 충격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러시아 마피아소탕/범죄와의전쟁 선포/국영 TV사장피살 충격파

입력
1995.03.04 00:00
0 0

◎민간경제 30%장악 “사실상 통치”/작년 정치인 등 청부살인만 562건 러시아 국영TV 오스탄키노방송사의 블라디슬라프 리스티예프 사장(38) 피살사건이 러시아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다. 러시아의 모든 방송사들은 2일 사상 최초로 정규방송을 완전 중단한채 하오 7시부터 2시간동안 그의 추도와 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합동 생방송을 전국에 내보냈다. 이즈베스티야 등 러시아 일간지들도 이 사건을 1면 머리기사로 취급했으며 보리스 옐친 대통령을 비롯해 내각과 정당, 사회단체들의 애도가 줄을 잇고 있다.

 치안부재에 대한 온국민의 분노가 들끓어 오르자 옐친 대통령은 급기야 러시아가 조직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음을 시인하고 새로운 반범죄포고령을 발표, 범죄와의 전쟁에 나섰다.

 러시아언론들은 이번 사건이 올 연말 의회선거를 앞두고 민영화될 국영방송을 장악하기 위한 음모에서 비롯됐거나 방송광고 규제계획에 불만을 품은 기업을 소유한 마피아의 소행일 것으로 보고 있다. 피살된 리스티예프 사장은 최근 술 담배의 TV광고금지결정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그의 피살로 그동안 러시아사회에서 독버섯처럼 자라온 조직범죄가 마침내 통제불능 상태에 이르렀음이 생생하게 드러난 셈이다. 마피아는 사실상 러시아를 통치하고 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정치권은 물론 경제계 관계 언론계 등과 깊은 연계를 갖고 있으며 일반 국민의 생활까지 간섭할 정도가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러시아 범죄전문가들은 현재 민간경제의 30%가 조직범죄단의 수중에 있으며 마피아가 약 5만개의 기업과 조직체를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러시아 내무부의 통계에 의하면 마피아조직은 약 5천개로 조직원수는 47만6천9백여명인 것으로 추정된다. 마피아의 우두머리들은 대개 전직 공산당간부 KGB요원 관리 범죄자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난해 조직범죄단이 저지른 범죄는 1만1백건(전년대비 76%증가)이며 우두머리와 행동대원중 체포된 숫자는 1만5천2백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마피아들은 조직의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가 있을 때는 살인 납치 폭파 테러 등 온갖 방법을 동원했다. 특히 살인을 할 경우는 대부분 직업적인 청부업자를 고용한다. 살인청부업자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사건은 93년 2백89건, 지난해는 5백62건이었으며 그 대상은 기업가 은행가 정부관리 정치인 언론인 등이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상하원의원 4명이 피살됐고 군부패사건을 추적하던 드미트리 홀로도프 기자의 폭탄테러피살사건 등 언론인도 11명이나 희생됐다.

 살인의 대가는 대상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2천∼10만달러이며 유명인일 경우 수백만달러를 지급한다는 소문도 있다.

 이들이 필요한 무기는 암시장에서 얼마든지 살 수 있다. 지난해 군부대에서만 권총 및 기관총 4천정, 수류탄발사기 등 중화기 17정이 도난됐다.

 그러나 사법당국의 범죄소탕작업은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부정부패가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마피아와 결탁된 정부관리들의 부패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정보제공자로 일하며 정기상납을 받는 경우는 물론이고 아예 마피아의 일원인 공무원도 있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해 9만명의 경찰병력을 증원했으나 박봉 등으로 범죄자들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 효과적인 범죄단속을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어쨌든 이 사건으로 치안부재에 대한 여론이 악화될대로 악화돼 정부의 조직범죄소탕에 가시적 성과가 없을 경우 체첸사태로 가뜩이나 입지가 약화된 옐친에게 엄청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모스크바=이장훈 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