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자제선거 위상강화 호기로 판단/강력한 경고 무시에 노동부 “당혹감” 한국노총(위원장 박종근)중앙위원회가 2일 정부의 거듭된 강경대처방침을 무릅쓰고 「중앙정치위원회규정」을 정치적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한 것은 6월 지자제 선거가 노총의 위상강화에 놓칠 수 없는 기회라는 자체 판단때문이다. 정치활동을 위한 사전포석을 한 것이다.
노총이 노동조합의 정치활동이라는 미묘한 사안을 이처럼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이유는 노총을 둘러싼 최근 상황변화를 살펴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노총은 지난해 11월 재야노동계인사들이 민주노총준비위(민노준)를 출범시킨뒤 산하 일부조직들이 잇달아 탈퇴하자 내부에서 위상재정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지도부의 지도력도 점점 한계를 보이는등 노총이 와해될 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진 것이다.
노총은 정부에게 일방적으로 끌려다니고 협조하는 이미지를 일단 불식시키고 정치적인 힘을 키워야 한다는 절박한 입장에 처한 것이다. 노총이 지난 2년간 경총과 이뤄온 중앙단위 임금합의를 올해 거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노총은 그동안에도 정치적 역량을 강화시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노총은 89년4월 중앙정치위원회를 설치한뒤 91년 기초자치단체선거와 93년 총선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해왔다. 그러나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노총이 지난 23일 열린 정기대의원대회에서 강도높은 지자제참가 결의문을 채택한 것은 이번 6월 지자제선거를 노총위상강화의 계기로 삼겠다는 뜻을 포함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총결의문이 발표된뒤 정부가 노총의 정치활동을 법에 따라 엄단하겠다고 잇달아 경고했지만 노총은 2일 중앙위원회에서 정부의 뜻을 완전히 거스르고 오히려 중앙정치위원회 규정개정안을 상정, 통과시킨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 비롯된다. 이날 중앙위원회는 사안의 민감성때문에 비공개로 진행됐지만 일부에서는 노조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노조법 12조를 정면 거부하자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정치위원회 규정개정안을 검토한 노동부는 『아직 법위반사항은 발견하지 못했다』면서도 정부의 강력한 경고를 무시하는 듯한 노총의 움직임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노총이 올 지자제선거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정치적 행동을 취할지는 이달중에 열리는 중앙정치위원회의 논의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송용회 기자>송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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