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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사관의 부당요구(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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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사관의 부당요구(사설)

입력
1995.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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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한 미국 대사관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한국내의 부동산은 모두 11건이다. 그중 3개(구 경기여고부지, 대사관저 및 정동직원숙소, 송현동직원숙소)는 미국이 소유권을 갖고 있다. 서울 광주 대구의 문화원은 유상으로 임차해서 쓰고 있다. 따라서 이들 6곳은 한미간에 아무런 재산 분쟁이 없다. 그러나 세종로 대사관 청사, 부산 문화원, 광주 문화원관사 등 3곳은 미국이 무상 사용해 오고 있기 때문에 양국간에 시비가 있은 지 오래다. 한국쪽에서는 임차료를 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미국측은 근거 자료가 희박한 협정 등을 내세워 계속 무상사용을 고집하고 있다.

 양국간의 마찰이 있는 곳은 용산에도 두군데 있다. 남영동 일반 용역 사무실과 용산기지내 대사관 직원숙소는 용산기지 이전때 반환키로 되어 있는데 아직 그대로 남아있다. 용산 골프장만 옮기고 남아 있는 셈인데 한국은 임차료를 내든지 철수해야 한다는 주장이나 미국은 대체시설 이전이 안되었다며 버티고 있다.

 한미간에 이처럼 재산분쟁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해방과 더불어 들이닥친 미군정청, 한국전쟁, 주한미군, 미국의 대한원조 등 역사적 사건들이 개재되어 왔기 때문이다. 양국간의 특수한 관계가 빚어낸 유물들이다. 미국의 신세를 오래 지다가 보니 한국의 호의가 발동된 결과도 있고 또 미국의 요청을 한국이 들어준 경우도 있다. 그러다가 세월이 흘러 지금와서 보니 미국측에 유리한 불평 등 사항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현재의 양국관계는 과거에 비해 많이 달라졌다. 「평등한 동반자」라는 관계설정이 나온지도 벌써 오래되었다.

 따라서 지금 시비거리가 되고있는 한미간의 재산분쟁도 대등한 입장에서 다시 정리할 필요가 있다. 과거의 일방적이고 불평등한 관계에서 맺어졌던 협정이나 계약을 새시대에 맞게 재검토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서 볼 때 미국이 옛 경기여고터의 용도 변경과 송현동 대사관숙소 자리의 고도해제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은 한마디로 유감스럽다. 과거 불평등시절의 사고방식이 아직도 남아 있지 않나하고 의심을 자아내는 대목이다. 미국의 재정적자로 대사관 지을 돈이 없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걸핏하면 무역 압력을 서슴지 않는 미국이 어떻게 그런 특혜를 요구할 수 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한국정부가 난색을 표했다지만 미국은 재차 같은 요구를 해오고 있다.

 한국정부가 그같은 압력성 요구에 응해주지 않으리라 믿는다. 한국의 국민감정도 옛날같지 않다는 것을 알아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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