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내가 집권땐 개혁파 총살”/러 극우파 베덴킨 극언 파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내가 집권땐 개혁파 총살”/러 극우파 베덴킨 극언 파문

입력
1995.03.03 00:00
0 0

◎개혁지지 방송국사장 피살겹쳐 정가 시끌/검찰 소환조사… 옐친 극렬파 강제해산 검토 극우민족주의 세력들이 러시아정국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러시아 극우민족주의 정파 가운데 하나인 「민족화합운동」의 제2인자 알렉세이 베덴킨은 최근 러시아 TV프로그램 가제트니에 이스토리이(신문기사)에 출연, 자신들이 정권을 잡는다면 개혁파 정치인 1백50여명을 총살할 것이라고 밝혀 정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러시아검찰과 방첩국이 지난달 28일 즉각 베덴킨을 데려가 진의를 추궁하고 있지만 그의 발언여파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개혁파인사이자 러시아의 공영 오스탄키노 TV방송국 사장인 블라디슬라프 리스티예프가 1일 괴한의 총격을 받아 암살당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그의 피살 원인과 범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리스티예프사장의 오스탄키노 TV의 민영화작업에 불만을 품은 강경보수세력 혹은 민영화과정에서 기득권을 상실한 부류가 마피아와 결탁, 살해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리스티예프사장이 고르바초프 구소련공산당 시절 개혁정책의 지지부진을 비판하는 토크 쇼 「브즈글랴드」 진행자 출신이라는 점에서 극우세력이 배후에서 조종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러시아에는 파시즘을 추종하는 정치단체가 약80여개가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의 홍보 간행물만도 1백50여종에 이른다. 민족화합운동도 80여개 극우민족주의 단체 가운데 하나다. 91년 결성된 이 단체는 베덴킨과 함께 알렉산드르 바카쇼프가 이끌고 있다. 바카쇼프는 93년10월의 의회유혈사태당시 반정부세력을 충동질해 무장봉기를 주도한 장본인이다.

 정치평론가들은 극우민족주의의 부활이 소연방 붕괴에 따른 정신적 공백, 대량실업등 경제상황의 악화, 공권력의 부재와 부정부패만연등 사회적 무질서와 가치관 상실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극우민족주의자들은 이같은 사회무질서를 소련제국의 부활과 공개처형도입등을 통해 이룩하고 외국자본 침략의 봉쇄, 산업 국유화를 통해 위대한 러시아를 건설하자고 국민들을 유혹하고 있다.

 그러나 의회내 정치적 기반을 닦은 극우세력은 93년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자유민주당(당수 블라디미르 지리노프스키) 정도다. 극우세력은 오는 연말 총선에서 「제2의 자민당 돌풍」을 일으키기 위해 세력확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따라 옐친대통령진영은 파시즘의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들을 준비하고 있다. 크렘린측은 민족화합운동과 같은 과격한 극우민족주의 단체를 강제해산하거나 극렬분자들을 사회에서 격리하는 방안등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부가 앞장서 오는 4월께 반파시스트대회를 개최하는등 사회운동을 병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파시즘에 빠져드는 젊은 세대가 급증하고 극우세력이 선거를 앞둔 정치 탄압이라며 강력히 반발할 것으로 보여 그 효과는 아직 미지수다.<모스크바=이장훈 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