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일 전국규모 민관합동 방재훈련 일본에서 발생하고 있는 지진을 에너지의 양으로 계산하면 전세계 지진의 약10%에 이른다. 지구표면을 덮고 있는 플레이트 중 3개가 일본지역에서 만나고 겹쳐 복잡한 운동을 하면서 일본인을 불안하게 한다.
불안한 만큼 철저하게 대비할 수 밖에 없고, 최대한 대비해도 불안감을 지울 수 없는 것이 일본의 사정이다.
14만여명의 생명을 앗아간 1923년의 간토(관동)대지진부터 지난 1월 17일 발생, 5천4백여명의 희생자를 낸 간사이(관서)대지진 사이에도 크고 작은 지진이 수없이 일어났다. 그런만큼 지진 공포가 일본인을 끊임없이 괴롭히고 있고 지진에 대한 대비는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절박한 일이다.
『지난해 지진이 났을 때 같은 규모 6이었는데 러시아쪽에서는 건물이 많이 파괴되고 수십명이 사망했다. 이에 비해 일본에서는 평소 대비를 철저히 해 건물과 도로가 약간 피해를 입었을 뿐이다』
일본 건설성 주택국 건축지도과의 고시우미 고이치(월해흥일)과장보좌는 지난해 10월 홋카이도(북해도) 근해에서 지진이 발생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지진이 일·러 양국에 미친 피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일본의 이러한 대비도 간사이 지진 앞에서는 무력해 절망감을 주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러한 대비가 있었기 때문에 그나마 피해가 적었다고도 볼 수 있다.
간토 대지진 다음해부터 일본에서는 건축의 내진기준이 강화되기 시작, 지금은 학교와 주택 등 모든 건물이 지진규모 7에 견딜 수 있도록 지어지고 있고 간사이 대지진 이후에는 이 기준마저 강화되어야 한다는 논의가 일고 있다.
「내진설계법」은 모든 민간공사에는 엄격하게 적용되지만, 댐 도로 다리 도시공원등의 공공토목공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국가에서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법적용 이전에 공적관리만으로도 안전성이 충분히 보장된다는 것이 고시우미 과장보좌의 설명이다.
지진다발지역인 시즈오카(정강)현(현)의 우사미 진(우좌미인)행정센터 주간은 『76년 도카이(동해)지진설이 있었을 때 우리 현의 학교등 공공건물은 다시 짓거나 모두 보강해서 큰 지진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태풍도 많다. 내풍기준은 지진에 비해 덜 엄격한 편이지만 형태에 따라 복잡하게 기준이 달라진다. 일본에 목조주택이 많은 이유는 목조건물이 바람에는 약하지만 지진에는 강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심미적 성향이 강한 일본인이 원래 나무를 좋아하고 목조건물의 건축비가 싸다는 이유도 있다.
또한 일본이 지진피해를 덜 입는 것은 각급규모의 훈련 때문이다. 간토대지진이 발생한 9월1일에는 매해 국토청 방재국에서 전국규모의 훈련을 실시한다. 모든 공공기관이 참여해서 피난과 구조, 소화훈련을 갖는다.
도쿄도 재해대책부는 평소에도 매주 1회 자체훈련을 하고 있다. 야마후지 도시아키(산등민명) 재해대책부 방재계획과 공보계장은 각 구청등으로 통하는 2백여대의 핫라인 무선전화를 가리키며 『지진이 났을 때 피난과 구조등을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가 제일 중요하다. 이 전화들이 우리의 생명선』이라고 말했다.<도쿄=박래부 기자>도쿄=박래부>
◎이토시의 「유비무환」/자주회 124·훈련장 15개… 「지진체험트럭」 전시도
『일본은 「지진의 나라」입니다. 예부터 큰 지진이 있었습니다. 슬픈 일이 있었습니다』
지난해 11월 시즈오카(정강)현 이토(이동)시 관광회관에서 열린 「미니방재전」에는 지진의 위험에 대해 공부하고 대비하기 위한 참고서적과 방재·피난용품들이 다수 선을 보였다. 그 중 소학생을 대상으로 시즈오카현 지진방재센터가 펴낸 「지진이야기」책의 한 구절이다. 「지진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이라는 한글 안내문도 써붙여진 전시장에는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또한 많은 방재용품이 팔리고 있었다. 전시품은 「우리집의 지진대책」등의 서적과 비상식량 음료수 의복 배낭 사다리 손전등 헬멧 의료품 텐트등 크기는 작지만 모두 요긴한 물건들이었다.
물만 부으면 먹을 수 있는 밥과 떡 국 빵 비스킷 통조림등이 소개되었고 공무원과 자원봉사자들은 전시장과 밖에 세워 놓은 「지진체험 트럭」앞에서 주민들에게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스즈키 게이조(영목경삼)이토시 지진방재계장은 『89년 큰 지진이 있은 이래 이토시에서는 1백24개의 자주방재회를 조직하고 15개의 종합훈련장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훈련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관측망을 통해 대지의 미세한 움직임을 파악하면 큰 지진을 직전에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진판정위원회에서 『큰 지진의 위험이 있다』고 판정할 경우 총리가 직접 경계선언을 하게 된다.
지진판정이 나면 주민은 전기와 가스, 수도등을 잠가야 하고 모든 교통수단은 안전한 곳에 정지하게 된다. 각급 학교와 병원, 은행등이 정상활동을 중지하며 산사태나 해일의 위험이 있거나 주택밀집지역에서는 인근의 공원등 안전한 곳으로 피난하게 된다. 일본은 지진이 발생할 경우의 피해와 지진에 대한 공포심을 줄이기 위해 방방곡곡에서 민관이 끊임없이 그리고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이토(시즈오카현)=박래부 기자>이토(시즈오카현)=박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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