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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시장 안팎악재 “신음”/「베어링스」 이어 덕산·삼도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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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시장 안팎악재 “신음”/「베어링스」 이어 덕산·삼도 파문

입력
1995.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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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주가약세로 기업 돈가뭄/고금리도 여전… 혼란 오래갈듯 금융시장이 안팎으로 시달리고 있다. 연초부터 멕시코 금융위기다, 설자금수요다 해서 혼란에 빠졌던 우리 금융시장이 아직 안정세를 찾기도 전에 이번에는 영국 베어링스그룹의 파산과 국내 상장사들의 잇단 부도(또는 법정관리신청)사태로 꽁꽁 얼어붙고 있다. 올들어 하락세가 계속돼온 주가는 27일에 이어 28일에도 하락세를 보였으며 시중금리도 여전히 15∼16%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베어링스그룹 파산으로 인한 국제금융시장의 혼란은 법정관리를 신청한 베어링스그룹의 새주인이 곧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점차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반해 국내 금융시장은 내부적 악재가 겹쳐 극도의 혼란상태로 접어든 것이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금융시장의 이같은 불안정한 상황이 앞으로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어 금융시장 참여자들의 심리안정을 위한 적절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금융시장의 전반적인 불안정은 주가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올들어 지난 27일까지 불과 두달동안 1백32포인트(12.9%)나 빠졌다. 주가가 이처럼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단순하게 생각하면 시중에 주식을 살 돈이 없기 때문이다. 자금시장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통화당국의 긴축기조가 크게 작용했다. 외국인투자자들의 주식매입자금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적게 들어오고 있다. 올들어 지난 25일까지만 보더라도 들어온 돈보다 나간 돈이 5억1천만달러나 많았다. 여기다 지난 2월13일부터는 내국인의 해외송금한도를 대폭 확대했다. 돈이 들어오지는 않는데 나가는 구멍만 넓혀준 셈이다. 통화당국은 이런 상황에서 긴축정책을 여러 차례에 걸쳐 확인시켜 줌으로써 공연한 심리위축을 초래했다.

 물론 공급물량이 달릴 정도로 자금수요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경기가 과열조짐을 보일 정도로 확장국면에 있는데다 기업들은 금리상승을 우려해 자금을 미리 확보하려 하고 있다.

 이같은 시중 돈가뭄은 결국 중견기업들의 부도 또는 법정관리로 이어지고 있다. 전남 광주지역에 뿌리를 둔 덕산그룹이 28일 부도를 낸데다 유아복 「압소바」로 잘 알려진 삼도물산이 자금난으로 27일 서울민사지법에 법정관리를 신청, 금융계는 물론 경제전반에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밖에도 증시에서는 28일 유수한 상장기업들의 부도설이 끊임없이 나돌았다.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정도 국내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돈의 국경이 점차 낮아지면서 국제 금융시장의 파문이 곧바로 국내 시장에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이번의 베어링스그룹 파산이 곧 바로 우리 증권시장에 영향을 미친 것이나 지난해말 멕시코 페소화 폭락사태에 따른 국제 금융시장의 혼란 및 지난 1월 미국의 공금리 인상이 국내 금융시장에 아무런 시차도 없이 파문을 끼쳐던 것이 대표적 예이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대체로 이같은 금융시장의 불안상황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금의 수급상황은 정부가 긴축정책을 포기하지 않는한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고, 자금시장이 불안해질 수록 악재가 돌발할 가능성은 높아지기 때문이다.

 증권전문가인 엄길청 증권리서치소장은 『현재와 같은 금리수준이 지속되면 기업의 부도사태가 확산될 것』이라며 『정부가 긴축정책을 쓰는 것은 좋지만 자금시장의 상황을 좀더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낙관적인 전망도 있다. 대우경제연구소 심근섭 전무는 『금리가 연말까지는 14%대 이하로 떨어질 것이다. 또 경기가 좋은 만큼 주가하락도 한계가 있으며, 외국인 투자자금도 다시 늘어날 것이다』고 내다봤다.<김상철 기자>

◎덕산·삼도 어떤 회사인가/덕산/계열사 26개… 무리한 확장으로 화불러/삼도/60년 봉제업 출발… 과도한 은행빚 몰려

 덕산그룹 계열사의 부도는 무리한 사업확장에 따른 자금부담이 화근이었다.

 시멘트를 모기업으로 출발한 덕산그룹은 시멘트관련업종으로 내실을 다져왔으나 90년대초 중공업 유화 제약회사등을 인수한데 이어 지난해 11월 무등건설과 올해 1월 충북투금을 인수, 계열사가 26개에 달하는 재계의 「떠오르는 별」로 주목받아왔다.

 그러나 무등건설 인수에 1백50억원, 충북투금에는 1백90억원이 들어간데다 전북 순창지역에 온천개발용 임야를 매입하는데도 이미 90억원을 지급해 심각한 자금난을 겪어왔다. 더구나 지난달 「일간 오늘」의 창간도 자금난을 부채질했다.

 박성섭(47) 덕산그룹회장은 박철웅 전조선대총장의 차남으로, 80년대말부터 덕산그룹의 저돌적인 경영을 지휘해왔다.

 이번 덕산그룹 부도사태로 연쇄부도 위기에 몰린 고려시멘트의 사장 박성현(38)씨는 덕산그룹 박회장과 형제간으로 덕산개발등에서 발행한 어음에 수백억원의 지급보증을 서고 3백20억원의 현금을 지원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27일 법정관리를 신청한 삼도물산은 창업자인 김만중 회장이 지난 60년 봉제업체로 설립한 이래 지난 65년 수출유공 대통령표창을 받는등 「봉제 한국」을 이끌어온 중견업체였으나, 8백억원대에 이르는 은행빚 때문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삼도는 또 인도네시아와 스리랑카등에 해외공장을 설립했으나 현지 기반시설 미비와 합작파트너와의 마찰로 해외사업마저 차질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다.<유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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