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는 그 영어이름이 말해주듯이 본래 계산기였다. 컴퓨터는 미사일의 탄도계산과 같이 복잡하고 어려운 계산을 재빨리 해내기 위해 발명됐다. 그러나 어느덧 계산기로보다는 다량의 정보를 저장하고, 정리하고, 검색하고, 문서를 작성하고, 게임을 하는등의 정보처리기로 더 많이 활동하게 됐다. 그러나 오늘날 컴퓨터의 쓰임새는 단순히 정보처리에 국한되지 않고 정보나 의견을 주고받는 데로 확장되고 있다. 컴퓨터는 문서·자료·편지의 교환, 대화, 화상회의, 원격지의 교육·의료진단·재판, 뉴스의 송·수신등에도 활발히 쓰이고 있다. 컴퓨터가 계산기에서 정보처리기로 이미 진화했다면, 지금은 정보처리기에서 통신매체로 다시 한 단계 더 높은 차원으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컴퓨터의 통신매체로서의 진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통신의 궁극적인 형태는 시공을 초월하여 완벽한 쌍방향성, 그리고 모든 사람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보편성을 구현하는 것이다. 통신기술은 이런 목표들을 하나씩 달성해왔지만 이 목표를 모두 구현시킨 매체는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러나 컴퓨터는 이 모든 장애를 극복한 완벽한 통신매체가 될 수 있는 기술적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컴퓨터의 보급, 컴퓨터문맹의 퇴치, 컴퓨터통신을 위한 기반시설의 확충, 컴퓨터통신을 위한 법적·제도적 정비, 기기의 표준화등과 같이 주로 정책적인 차원의 것이다.
현재 한국의 개인용 컴퓨터의 보급대수는 5백만대를 넘고, 컴퓨터통신의 유료가입자는 1백만명에 가깝고, 이들의 컴퓨터통신 이용시간은 월간 4백만시간이 넘는다. 이런 수치는 아직은 미미하지만 앞으로는 더 빨리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적절한 계획이 없으면 거기에는 많은 혼란과 비능률이 따르게 되고 부당한 기득권이 생겨 차후에는 개선이 어렵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컴퓨터를 누구에게나 수준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완벽한 통신매체로 발전시키기 위해 지금부터 치밀하고 장기적인 컴퓨터 보급과 통신정책을 수립, 시행하지 않으면 안된다.<이효성 성균관대 교수·언론학>이효성>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