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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의 파생상품」 규제소리 고조/수습책등 부심 각국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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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의 파생상품」 규제소리 고조/수습책등 부심 각국표정

입력
1995.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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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링스 “리슨 고의가능성”주장/찰스왕세자 기부금계좌도 동결 영국 베어링은행의 파산 충격파가 국제금융시장에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각국 정부는 충격완화를 위한 수습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28일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권의 주요 금융당국들은 베어링은행 계열사인 베어링증권사의 주식거래를 일제히 중지시켰으며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파생금융상품의 거래 규제론이 관련국제기구 등에 의해 강력히 대두되고 있다.

 금융전문가들은 일개 딜러에 의해 세계적으로 대혼란이 야기되는 국제금융시장의 맹점을 지적, 감독제도의 강화를 지적했다.

 ○…베어링은행의 경영진은 이날 10억달러 상당의 투자손실에도 불구하고  영업을 계속해 나가는 한편 이 은행을 매입할 구매자를 물색중이라고 밝혔다.

 영국 고등법원은 영국의 중앙은행인 뱅크 오브 잉글랜드가 베어링 은행 구매자 물색에 실패한 뒤 뉴욕에 있는 국제회계법인인 에른스트 앤드 영사의 회계사 3명을 베어링은행 공동관리자로 파견했다.

 베어링은행의 피터 베어링 회장은 27일 파이낸셜 타임스지와 가진 회견에서 『현재 행방불명 상태에 있는 파산주범 닉 리슨이 우리 은행에 고의로 손실을 끼치려는 누군가의 사주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리슨을 찾아야만 이같은 추정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우리는 리슨의 동기에 대해 아직 분명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어링은행의 모든 계좌는 동결조치됐는데 이중에는 찰스 왕세자가 저소득층 자녀 지원사업을 위해 예치한 기부금 1백만파운드(약 13억원)가 포함돼 있다고 한 관리책임자가 밝혔다.

 ○…국제 증권감독기구인 「증권규제감독자 국제기구」(IOSC)는 3월중 베어링은행 파산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앨런 카메런 호주 증권감독원장이 27일 밝혔다. 카메런 원장은 『IOSC 기술위원회는 내달 15일 베어링은행 파산문제를 논의한 뒤 파생상품 거래규제와 관련해 오는 7월 파리 연례회의에 제출할 권고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IOSC는 지난해 10월 도쿄 회의에서 파생상품 거래를 규제할 필요성과 그 방법에 관해 논의한 바 있다.

 그러나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파생금융상품시장에 대한 규제 필요성에 관해 『아직 베어링은행의 파산에 따른 영향을 평가할 입장에 있지 않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EU 집행위 대변인은 『하지만 심각한 금융재정문제들에 있어서 감독대책 마련을 위해 회원국과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세계적 금융인인 윌리엄 퍼비스경은 이번 사태와 관련, 은행들이 야심만만한 젊은 딜러들에게 엄청난 액수의 보너스를 주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같은 보너스가 무모한 거래에 대한 유혹을 부추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젊은 딜러 한 명이 세계 유수의 은행을 파산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라며 『은행들이 젊은 직원들을 충분히 훈련시키고 감독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런던·시드니·홍콩외신=종합>

◎파산사건 경위/28세딜러 리슨 “일증시 호전” 오판… 선물거래 10억불날려

 20대의 선물 거래 담당직원 한 명이 어떻게 10억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금융사고를 일으킬 수 있었을까.

 베어링 은행 파산사건의 주범인 닉 리슨(28)은 싱가포르지사 선물거래 담당으로 오사카(대판) 선물시장과 싱가포르 국제외환시장(SIMEX)을 무대로 파생금융상품의 하나인 「주가지수 선물」을 중개거래해 왔다. 런던과 취리히의 금값이 같이 움직이듯 오사카와 싱가포르의 닛케이 주가지수 선물도 보통의 경우 동반하락하거나 동반상승한다.

 그가 평소와 같이 한쪽 시장에서 선물을 산 뒤 다른 쪽에서 되팔았다면 선물시장이 그와 그의 은행을 삼켜 버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과욕이 화근이었다. 지난 1월26일 크게 한건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야심이 그의 균형감각을 흐트러뜨렸다. 두 시장의 닛케이 주가지수 선물을 동시에 매입했던 것이다. 그러나 바닥을 차고 오를 것이라고 기대했던 닛케이 주가지수는 고베(신호)지진의 여파로 계속 떨어졌고 그는 장세가 호전될 것이라는 자기암시속에서 더 큰 「도박」에 빠져들었다. 상부의 승인도 없이 그는 건당 19만달러에 달하는 닛케이 주가지수 선물거래 계약을 1만5천∼4만건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닛케이 주가지수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의 희망을 무참히 짓밟았고 그는 「파산」했다.

 이러한 금융도박이 벌어지고 있는 동안 런던 베어링 은행 본사는 어떠한 낌새도 알아채지 못했다.<윤순환 기자>

◎「파생금융상품」이란/환율·금리·주가 등 불확실성 노린 「투기성 상품」

 환율이나 금리, 주가 등의 시세변동에 따른 손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미래 일정 시점에 일정한 가격에 상품이나 주식, 채권 등을 거래하기로 하는 일종의 보험성 금융상품이다. 거래대금의 10∼20%의 증거금만 내고 미래의 권리를 팔고사는 거래 형태라고 할 수 있다.

 파생금융상품의 종류는 크게 선물, 옵션(선택매매), 스와프(교환)가 있다. 이 가운데 베어링스그룹 파산을 몰고온 것은 주가지수 선물거래로,이는 개별 종목이 아닌 지수 즉 시장 자체를 사는 거래다.

 파생금융상품은 투자의 안전성 확보 차원에서 지난 70년대초 선보였으나 최근 들어 투기 자금이 끼어듦으로써 세계 금융시장 교란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로 전세계 선물 거래의 절반 가량을 소화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지방자치단체나 학교, 공익기관 등이 파생금융상품에 투자했다가 피해를 보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가 카운티 소유 부동산의 가격 하락에 따른 세수 감소분을 보전하려고 선물거래를 했다가 지난해 12월 15억달러의 손해를 보고 파산한 것이나 이보다 석달 앞선 9월 미네소타대학이 1천3백만달러를 날린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같은 위험성 때문에 미국 등 금융선진국에서는 파생금융상품 거래 규제론이 나오고 있으며 국제결제은행(BIS)도 각국 중앙은행들에 파생금융상품 거래에 관한 정보 수집 및 감시 강화를 권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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