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서로 장점찾기/1487㎞ 남북송전선 “통일동맥” 상징/경제개발 한마음… 교육은 옛 월남식 통일 20년이 지난 베트남의 과거청산작업은 일찍부터 시작됐다. 과거청산과 관련한 현재의 상태는 청산보다 화합에 중점을 두는 분위기이다. 경제개발에 나서자는 「도이모이 정책」이 수립되기까지의 기간이 정치적 통합과정이었다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통합은 사회적 경제적 정신적 통합작업이다.
『완전한 통합에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각 분야의 통합작업은 활발합니다. 통합의 대전제는 서로의 장점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지금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사회과학원 유엔 추이 쿠이원장은 각 분야에서 서로 좋은 점을 찾는 작업이 진행중이라며 베트남의 초등교육제도를 그 예로 들었다.
통일전 남베트남의 초등교육기간은 12년이었고 북베트남은 10년이었는데 3년전 이를 남베트남방식으로 통일했다.『남쪽의 제도가 합리적이라는 판단이었기 때문』이라는게 추이원장의 설명이다.
정치적 통합작업은 통일직후인 76년 4차 당대회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에는 남부사정을 잘 모르는 북부사람들이 대거 남부를 통치하면서 많은 문제를 일으켰으나 이후 5, 6차 당대회를 거치면서 남부인력이 많이 기용됐고 91년 7차 당대회에서는 당의 전체적인 진로가 경제개혁쪽으로 잡히면서 권력층의 진용에 균형이 잡혔다.
지난해 7월 베트남에서는 남북이 하나라는 사실을 실감케 하는 대대적인 경축행사가 있었다. 하노이와 호치민시를 이은 남북송전선공사를 마무리짓는 기념행사였다. 이 사업은 계획단계에서부터 많은 논란이 있었으나 통일베트남이 한 나라, 한 국민임을 가시적으로 느끼도록 하겠다는 집권층의 강력한 의지로 관철되었다. 서울―부산의 3배거리인 장장 1천4백87의 베트남 남북을 관통하는 이 공사는 과거 월맹군의 비밀루트를 따라 건설됐다.
이 사업이 집권층 내부에서조차 논란의 대상이 됐던 것은 수억달러가 소요되는 송전선을 가설하느니 남부에 발전소를 건설하는게 경제적이라는 주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타이 풍 네 베트남동력부장관은 『이 사업은 경제적 목적으로만 계획되지 않았다. 남북간 이질성을 극복하려는 상징적인 사업이다』고 말했다. 이 사업이후 일주일에 3번꼴이었던 호치민의 정전사고는 일주일에 한번꼴로 줄었다. 하노이 남서쪽 80에 위치한 호아 빈 수력발전소의 전력이 남북을 가로질러 호치민에 이르면서「통일 동맥」으로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가장 중요한 화합작업은 경제분야에서 분명하게 나타난다.베트남 무역부의 아시아담당인 흥안국장은 『2단계 도이모이정책이 시작된 90년이후 정부는 남북경제를 하나로 묶으려는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자원이 풍부한 북쪽에는 중공업을, 인력과 기술이 있는 남쪽에는 경공업을 배치하고 있다. 75년 통일이후 허비해 온 20년 가까운 시간을 빠른 시일내에 만회하기 위한 노력이다』고 말했다.
건설부의 국제협력국장 탁씨는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회간접자본 구축작업은 베트남 전체를 하나로 연결하자는 것이다. 끊어진 다리와 단절된 도로를 잇는 사업등의 초점은 남과 북을 좀 더 긴밀하게 연결하자는 의미』라며 『베트남의 가장 큰 현안은 남과 북을 하나로 잇는 사업』이라고 말했다.<하노이=이종재 기자>
◎베트남의 개방인맥/당정치국에 작년4명 가세… 17명중 9명
베트남 통치구조의 핵심은 공산당이다. 입법 사법 행정부가 각각 구성되어있고 「당이 지도하고 정부는 관리하며 인민은 집단적 권리를 행사한다」라고 표방하고 있지만 공산당이 중앙에서 하부까지 사실상 모든 것을 통제한다. 당은 정책을 법률과 결정사항으로 구체화시켜 행정기구에 하달하고 국가기관의 핵심적인 직책에 당원을 임명하는등 국가기구의 활동을 총괄한다.
당의 핵심기구는 정치국이다. 정치국은 국가의 큰 정책방향을 설정하고 행정기구에서 올라오는 각종 정책을 심사 결정한다. 베트남정부의 정치적인 통합의지와 국가진로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중 하나는 정치국을 구성하는 정치국원들의 성향이다.
정치국원은 당대회를 통해 선출되는데 레 둑 안 대통령이나 보 반 키에트총리가 정치국원임은 물론 외무 내무 국방등 주요부처의 장관이 모두 정치국원이다. 국회의장 주요 지방정부 성장, 국가검열위원장, 주요부처의 고위직 실무자등 국가요직에는 정치국원의 자격을 가진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베트남 공산당 정치국원은 17명. 정치국의 서열1위는 물론 도 무오이 당서기장이다.
이들은 대부분 60대로 통일전쟁에 참여했던 통일세대지만 성향만큼은 다양하다. 7차 당대회를 거치는 과정에서 보수와 개혁 중도가 고르게 포진됐다. 도 무오이서기장은 중도이며 레 둑 안 대통령은 보수로 분류되고 보 반 키에트총리가 개혁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집권 3인방의 성향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초까지는 나머지 정치국원들의 성향도 전체적으로 균형을 이루었으나 경제개혁을 재차 확인한 지난해 4월의 개편과정에서 개혁파가 대거 포진, 현재는 개혁쪽이 우세하다.
4월개편에서 정치국원이 된 유엔 만 캄 외무장관이나 레 카 퓨 국방부정치국장, 도 콴탕 국가검열위원장, 유엔 이타 판 당중앙위 경제담당비서등 4명의 개혁파가 가세, 개혁성향의 정치국원이 모두 9명으로 늘었다. 정치국원의 절반이상을 개혁파가 차지한 셈이다. 베트남의 경제개방과 개혁이 앞으로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뒷받침해 주는 대목이다.<하노이=이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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