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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베어링스그룹 파산파문/세계금융시장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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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베어링스그룹 파산파문/세계금융시장 “휘청”

입력
1995.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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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상품」 과투자 실패 자멸불러/한국,직접피해없어도 “간접영향” 영국 베어링스그룹의 사실상 파산이 세계 금융시장을 휘청거리게 하고 있다. 베어링스그룹의 파산은 첨단시대의 첨단금융상품인 「파생상품(디리버티브)」에 대한 투기적 투자의 결과라는 점에서 「첨단의 재앙」이라고 부를 수가 있다.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는 장치가 충분히 있는데도 조금이라도 돈을 더 벌려는 과욕과 자신에 대한 과신 때문에 위험을 분산하지 않고 자초한 엄청난 화인 것이다.

 이 때문에 국제 금융시장은 연초 멕시코의 페소화 폭락에 따른 혼란의 충격에서 미처 헤어나기도 전에 강도와 규모가 훨씬 더 큰 파문에 휩싸일 전망이다. 27일 도쿄(동경)주식시장을 비롯, 아시아 주식시장들은 일제히 동반하락하는 현상을 보였다. 이날 하오3시30분 현재 도쿄증시는 닛케이지수가 6백64.24포인트 빠져 전날보다 3.8%가 떨어졌고 대만과 말레이시아의 주가도 각각 3.08%와 2.19%가 하락했다. 싱가포르와 홍콩도 각각 1.47%와 1.50%씩 떨어졌다. 싱가포르 금융시장에서 베어링스그룹이 5억파운드(7억9천만달러, 6천3백억원)의 손실을 입은 후유증을 우려한 탓이었다. 더구나 일본증시는 베어링스그룹의 주요활동 무대였던 탓에 더욱 직접적인 영향권아래 놓여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주식시장은 이날 상오 개장하자마자 곤두박질을 쳤다. 종합주가지수는 19.67포인트가 떨어졌다. 장이 끝날 때에는 하락폭이 18포인트로 다소 줄긴 했다.

 한편 정부당국은 이날 신속하게 베어링증권 서울지점에 대해 자산동결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위탁자금외에 이 회사의 고유자산이 단기적으로 해외로 이탈하는 등의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고 보고있다. 또 나중에 자산동결조치를 풀더라도 이 회사 서울지점이 「빚」보다는 「재산」이 많기 때문에 별로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증권당국도 이 회사 서울지점의 투자자금은 해외투자자들이 단순히 위탁해 놓고 있는 것이어서 회사에 문제가 생겨도 펀드는 고스란히 남게 돼 베어링스의 파산이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국제금융시장의 대혼란을 통한 「간접영향」은 무시할 수가 없다. 6천3백억원에 달하는 베어링스그룹의 투자손실액이 결국 파산으로 결론날 경우 국제적인 큰손의 퇴장에 따른 여파가 국제금융시장에 예측하기 힘든 일파만파의 혼란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 경우 국내시장도 예외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평상시의 자금흐름이 크게 교란될 경우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투자자금이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도 있는 것이다.

 파생상품은 현물 금융자산이 오가는 일반예금이나 회사채·주식매입등의 현물거래와는 달리 미래의 환율 이자율 주가 등을 예측해 놓고 예측치를 토대로 금융자산을 미리 사고파는 금융거래를 말한다. 예측치와는 정반대로 환율이나 이자율 주가 등이 움직이면 엄청난 손실을 입게된다. 손실을 예방할 수 있는 기법이 개발돼 있으나 이익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일부 투기꾼은 위험분산장치를 고의로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홍선근 기자>

◎베어링스그룹이란/영국최고 상업은… 한국등 25국에 55개지점

 베어링스그룹은 1762년 「베어링은행」이라는 이름으로 창립한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상업은행을 모체로 영국과 전세계에 4천여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는 금융집단이다. 베어링은행은 최근 급신장을 기록, 영국에서 여섯번째로 큰 금융그룹으로 성장했다.

 탄탄한 신용으로 엘리자베스 여왕 등 영국의 유력인사들을 고객으로 거느림으로써 「귀족은행」이란 별명을 들어왔던 베어링은행은 창립초기 런던 상품시장에서 목재 면화 구리 다이아몬드 등을 사고 팔아 돈을 벌었으며 나폴레옹 전쟁 시절에는 영국 동맹국들에 금괴를 갖다주는 등 영국 정부의 전쟁자금을 지원했다.

 당시 이 은행의 영향력이 얼마나 컸던지 1818년 프랑스 총리였던 리슐리외공작은 이 은행이 『영국 프랑스 오스트리아 프러시아 러시아에 이어 유럽의 6번째 열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베어링그룹은 19세기 남미와 극동 등 전세계로 진출하기 시작, 현재는 25개국에 55개 해외지점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베어링증권이란 이름으로 91년10월28일 자딘 플레밍과 함께 외국증권사로는 처음으로 서울지점 설치허가를 받았다. 베어링증권 서울지점은 93회계 연도에 영업이익37억5천3백만원, 순이익 31억8천4백만원의 실적을 올렸다.

 베어링스그룹은 4천여명의 직원들이 모두 주주이나 런던 주식시장에는 상장돼 있지않다. 이 그룹은 80년대말 「베어링스은행」에서 베어링스그룹이라는 이름으로 바꿨으며 5개계열사와 자선·후원단체인 「베어링 재단」도 운영하고 있다.<오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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