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호철씨가 74년 「문인간첩단사건」에 연루돼 10개월간 겪었던 서대문구치소의 사람살이를 그린 장편소설. 「빨갱이」로 구속된 작가(내지 지식인)가 털어놓는 속심정과 영어생활이 생생하게 묘사되고 있다. 정부는 일본에서 반정부인사를 만나 식사대접을 받았다는 이유로 문인들을 묶어 간첩단으로 발표한다. 그러나 자신이 관여했던 문인시국성명에 대해서가 아니라 굳이 일본에서의 행적에 주안을 두는 엉뚱한 수사, 말이 통하지 않는 검사와의 대화에서 주인공의 어이없는 웃음이 이어진다.
그가 민주화운동을 이끌면서 「기분 내기」「한 건 올리기」로 생각하고 있었던 점에 대한 반성도 들어 있다. 구치소 안에서 간첩사형수와 나누었던 통일문제에 관한 토론등 소설 속의 인물과 사건은 하나같이 실제상황이다.
이중 픽션부분인 간첩사형수와의 편지에서 그는 『문은, 남북이 열리는 문은 달리 열리는 것이 아니라, 남북의 구치소 문이 같이 열리는 데서부터 비롯되어야 할 것입니다』라며 남북 양쪽의 민주화에 대한 희구를 역설하고 있다. 이 소설에는 유신이 모든 이들의 목을 조이던 74년 당시의 서대문구치소문화가 담겨 있다. 문학세계사간·6천원.<김희원 기자>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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