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정보·지원세력 「작전 3요소」 완벽구비/26억 차액챙긴 경험살려 “큰판 벌이자” 결탁 부광약품 주가조작사건은 증시안정과 소액투자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일부 기관투자자의 자금관리직원(펀드 매니저)들이 큰손이나 증권회사 직원들에게서 거액의 돈을 받고 주가조작을 부채질한다는 오랜 소문이 사실임을 확인케 한 점에서 충격적이다.
이번 사건은 투자자의 자본, 증권사 직원의 정보, 펀드 매니저의 주식지원매입등 증권시장 용어로 이른바 「작전」의 3요소가 완벽하게 어우러진 투기극이었다.
잠원한신연합주택조합 추진위 부위원장으로 자금동원 능력이 있는 박용우(46)씨, 기관투자자 유치실적이 뛰어난 현대증권 대리 김남기(30)씨, 증권거래소에 상주하면서 시황정보를 만지는 동방페레그린증권 시장부 직원 김용복(29)씨등 3명이 이번 「작전」을 짠 것은 지난해 9월. 이들은 이미 3개월전 박씨가 횡령한 주택조합비 10억원 등 20억원으로 동방섬유주식을 상대로 주가를 조작, 2달만에 26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경험을 바탕으로 더 큰 판을 벌이기로 했다.
부광약품 주식을 작전대상으로 고른 것은 ▲자본금이 70억원으로 전체 주식숫자가 적고 ▲대주주 3명의 지분은 높으나 경영권 경쟁설이 있고 ▲아스피린 대체신약 아스파라톤을 개발했다는 소문이 있어 일반 투자자의 관심을 끌고 있는등 주가조작에 매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18일 1만8천원하던 주식가격을 15만원까지 끌어 올리기로 목표를 정하고 동방섬유 주식시세조가으로 번 25억여원등 35억여원을 동원, 하루 50여차례씩 15만7천주를 집중 매입했다. 호재가 있는 것으로 판단한 일반투자자들의 뇌동매매로 주가는 44일간 상한가를 기록하며 한달여만에 6만원대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서울신탁은행이 보유주식 7만8천주를 내놓자 주가가 급락, 「작전」은 실패로 돌아갈 위기에 몰렸다. 그러자 이들은 증권가에서 과감한 투자운용능력을 보여 「M60」으로 통하는 중소기업은행 신탁부과장 공철영(42)씨등 기관투자자 자금관리직원들에게 거액의 사례를 주고 부광약품 주식의 지원매입을 부탁, 주가를 12만원대로 끌어 올렸다.
이들은 평균 2만원대에 15만7천주를 매입, 계획대로 주가가 15만원대에 도달했을때 팔면 1백90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이들이 주가가 조금 더 오르기를 기다리는 사이 증권감독원의 조사에 이어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6만원대로 곤두박질하고 거래마저 형성되지 않아 허사로 돌아갔다.
한편 증권감독원은 부광약품 고위간부가 부광약품이 신약 아스파라톤의 특허취득을 공시한 지난해 11월18일 직전에 자사 주식 8만6천여주를 매입, 내부정보를 이용한 거래인지를 조사중이나 현재까지 특별한 혐의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김승일 기자>김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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