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조선맥주 60년만에 신규사업 발판/봉고/연 500억적자 시달리던 기아 구원/공기방울 세탁기/대우전자 명실상부 가전3사 대열 조선맥주는 오는 28일 주주총회때 정관의 사업목적에 「백화점 등 유통사업」을 새 사업으로 추가시키기로 했다.
지난 62년동안 줄곧 맥주제조 및 판매업만을 해온 이 회사가 창업이후 처음으로 정관을 고쳐 새 사업에 뛰어드는 것이다.
이 회사는 또 전주·마산공장외에 강원에도 공장을 세워 생산능력을 현재의 연 60만㎘에서 1백10만㎘로 늘려 국내 맥주시장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조선맥주가 올해 들어서면서 이처럼 의욕적인 사업목표들을 세우게 된 것은 그만큼 힘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 회사가 힘을 얻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하이트라는 히트상품. 제대로 된 상품 하나가 줄곧 OB아성에 눌려온 조선맥주에 엄청난 힘을 준 것이다.
제대로 된 상품 하나가 결정적으로 기업을 살린 예는 우리 기업사에서 적지않다. 80년대초로 거슬러 올라가면 기아의 봉고가 있고, 91년에 개발된 대우의 공기방울세탁기는 대우전자를 명실상부한 가전3사의 대열에 올려놓았다. 봉고는 연간 5백억원의 적자, 부채 2천억원등으로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던 기아를 살려냈고 이름만 가전3사지 시장점유율면에서는 LG전자나 삼성전자와 비교되지 않았던 대우전자는 공기방울세탁기를 계기로 LG 삼성과 당당히 어깨를 겨루게 되었다.
이 상품들은 하나같이 위기를 기반으로 탄생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기업이 위기에 몰리자 타개방안을 마련하느라 전 임직원이 매달려 혼을 담은 제품을 개발해낸 것이다. 위기상황에서 하나로 승부한다는 「일점돌파전략」이 기업을 성공적으로 변모시킨 셈이다.
하이트가 개발돼 시판과 동시에 단일브랜드 시장점유율 16%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기까지의 과정은 하나의 드라마다. 조선맥주가 OB에 눌려 이름만 걸어놓고 있던 상황에서 진로가 맥주시장에 참여하게 되자 조선맥주는 도저히 설 땅이 없어지는 듯했다. 당시 OB가 페놀사건에 몰려 어려움을 겪은 것을 본 이 회사 박경복(박경복)회장은 맥주의 90%가 물이고 깨끗한 물이 곧 승부처라는 판단에서 『물로 마지막 승부를 걸자』고 판단했다. 수맥을 발견한 후 마케팅부서와 홍보부서를 새로 만들고 광고도 물로 잡았다. 창업 60년이 되도록 조선맥주에는 판촉과 홍보부서가 없었던 것이다. OB쪽에서 『제발 물을 소재로 광고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이 있었으나 조선은 오히려 영업일선에서 벌어지는 경쟁사의 비열행위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고 광고를 강화했다. 오히려 문제를 자꾸 일으키자는 적극공략에 나선 것이다. 이 결과 하이트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조선맥주의 시장점유율은 40%에 육박하고 있다.
공기방울세탁기도 위기상황이 만들어낸 히트상품. 당시까지 대우전자는 TV나 냉장고 세탁기등 어느것 하나 소비자들로부터 호응을 받지못하고 있었다. 신상품 개발부서 책임자들의 압박감은 날이 갈수록 커졌다. 이 세탁기를 개발한 임무생 세탁기연구소장도 마찬가지. 어항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고심하던 임 소장은 공기방울이 나오면서 물이 맑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곧 상품에 적용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 상품이 나온 이후 대우전자에 대한 전체적인 이미지까지 바뀌어 컬러TV VCR 냉장고등 전제품의 시장기반이 탄탄해졌다.<이종재 기자>이종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