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보잘것 없는 소득중 「내정간섭」묵인 꼴/경제냉전시대의 서막 중국과 미국간의 지적재산권협상이 26일 난산끝에 타결됐다.
이날 타결은 중국이 미국이 폐쇄를 요구한 29개 불법 CD·LD제조공장중 5개에 대해 면허취소 혹은 폐쇄등의 조치를 취하는가 하면 구체적인 복제방지타협안을 미국측에 제시해 이뤄졌다. 샬린 바셰프스키 미국대표는 이와관련, 지재권을 보호하기 위한 타협안이 미국기업의 중국시장 접근을 용이하게 하는등 매우 만족스럽다고 흡족함을 드러냈다.
그러나 양측 모두에게 「곤혹스런 타협」이다. 미국측 입장에서는 으름장에 비해보면 소득이 보잘 것이 없고 중국측으로 보면 결국 무역을 무기로 한 신종 「내정간섭」을 묵인한 셈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측은 협상실패가 몰고 올 무역전쟁이라는 최악의 경우 대신에 「빈곤한 소득」과 「체면손상」이라는 차악의 경우를 선택한 것이다.
중국측은 지재권협상이 결렬되면 필연적으로 관세무역일반협정(GATT)참여가 지연될 것이라는 점을 우려해 양보조치를 취한 것으로 우선 분석된다. 또한 덩샤오핑(등소평)의 건강악화에 따라 장쩌민(강택민)체제 굳히기를 본격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 전면전을 벌이는 것은 유리할 것이 없다는 정치적 고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측 역시 전면무역전을 전개할 경우, 자국의 산업에 대한 피해가 확산될 것을 고려해 중국측의 「생색내기 양보」를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중국측의 양보가 빌 클린턴미대통령의 이른바 「ENGAGEMENT POLICY(개입 정책)」의 교두보를 마련해 주었다는 점에서 파국의 길을 회피한 것으로 보인다.
중미간의 지재권협상이 타결된 날 중국 국무원은 미국무부의 중국인권보고서를 반박하는 장문의 성명서를 신화통신을 통해 발표했다. 이는 2000년 베이징올림픽유치가 미국의 방해로 실패한 날, 수년전에 있었던 홍콩주권회복에 관한 덩샤오핑의 담화를 신문 1면에 실었던 것을 연상시킨다. 지재권협상에서의 양보를 중국측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를 짐작하게 한다. 중국과 미국의 경제냉전시대는 시작되었으며 지재권협상의 타결은 서전의 작은 전투의 결과에 불과할 뿐이다.<베이징=유동희 특파원>베이징=유동희>
◎지재권협상 이모저모/시한넘기며 마라톤 담판/세부문안번역 막판 씨름
중국과 미국은 26일(이하 한국시간) 지적재산권 협상에 극적으로 합의해 이에따른 양국간 전면 무역전쟁 발발 가능성을 일단락 지었다.
○…양국은 이날 전면 무역전쟁발발의 신호탄인 상호 맞보복 조치 발효시한인 하오 2시를 넘기면서도 막바지 협상을 계속해 양국간의 이견이 쉽게 조정되지 않았음을 반영했다. 중국주재 미대사관은 기자들의 열화같은 문의와 독촉에 마침내 시한을 2시간이나 넘긴 하오 4시에 「협상이 타결됐다」고 처음으로 공식발표했다.
미국의 한 소식통은 『양측은 이날 상오에 합의에 도달, 협상시한전에 이를 공식발표할 예정이었으나 합의문안을 영어와 중국어로 번역하는 문제등 세부적인 사항을 놓고 진통을 벌였다』고 전했다.
○…이날 비공개 회담이 열린 베이징 중심가 왕푸징(왕부정)부근 대외무역경제합작부청사앞에는 아침부터 1백여명이 넘는 각국 기자들이 몰려들어 경제대국간에 우려되는 무역전쟁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을 반영. 기자들은 아무런 발표없이 협상시한이 지나가자 양국간 보복관세 부과등의 맞보복조치가 자동발효되는 것이 아닌가 우려하기도 했으나 과거 미국과 중국측의 협상태도에 비춰 낙관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한 소식통은 『과거 미국과 중국간의 섬유협상에서도 미국이 회담의 결렬을 선언하고 퇴장하려 하자 중국측이 미국측대표들을 붙잡아 회담이 타결되었다』며 『협상시한을 넘어서까지 회담을 진행하는 것은 결렬보다는 타결을 시사하는 증거로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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